[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앙드레 바쟁>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영화의 재발견
2019-12-23
글 : 이다혜
<앙드레 바쟁> 더들리 앤드루 지음 / 이모션북스 펴냄,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안숭범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전설의 시네필이자 영화비평가, 앙드레 바쟁의 작업을 그의 삶과 연관지어 풀어낸 더들리 앤드루의 1978년작 <앙드레 바쟁>의 2013년 개정판이 번역되었다. 새로운 영화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어떻게 누벨바그의 등장과 연결되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인 동시에, 나치 점령기에 쓴 글 등 앙드레 바쟁 개인의 투쟁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 두번의 세계대전의 연장선에서 정치적 해석과 비평이 주류이던 시기에 미학적 가치를 앞세우는 비평을 통해 새로운 영화작가(비평가이면서 영화작가였던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들의 탄생을 이끌어낸 앙드레 바쟁의 공로를 담았다. 그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때가 1958년이니, 이 책이 다루는 논의는 반세기도 더 전의 것들이다. 비평이 창작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시네마란 무엇인가’라는 논의가 새삼스럽게 다시 극장가에 도착한 시기에 읽어볼 만한 저작이다. 이 책을 쓴 더들리 앤드루는 미국 영화학자로, 그는 개정판을 출간하며 긴 서문을 추가했다. <앙드레 바쟁>의 백미는 더들리 앤드루의 개정판 서문과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초판 서문, 그리고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들이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총서’ 신간이다.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은 EBS <시네마천국>을 진행했던 안숭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영화평론집이다. “아직도 나쁜 영화를 ‘나쁘다’고 말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책 머리에: 나르시스를 데려간 이미지’에서 쓰고 있는데,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라고 쓰기 쉬울 리는 없다. 어떤 테마를 가지고 엮은 영화들인지 잘 보이지 않는데, 3년여 동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온오프라인에 매달 써냈던 글이라고. 읽어내고픈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해 원하는 분량대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자유를 보장받은 만큼 안숭범의 평자로서의 자질을 잘 보여주는 글들로 보인다. 1부 ‘기억과 고독의 위치’는 <아비정전> <중경삼림>을 다룬 ‘그 시절의 모든 것은 어긋났지’로 시작하는데, 저자가 처음 영화에 빠져들던 시기 화제가 되었던 영화 세계에 대한 글이다. “<동사서독>의 탁월한 색채감과 슬로모션은 긴장의 상승과 하강 국면, 곧 서사적 핵심 결절점(core code)을 영화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매혹적인 방식이다. 영화가 끝나면 우리는 이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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