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백두산>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 남한에 영향을 끼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9-12-25
글 : 김성훈

화산 활동이 약화된 지 오래인 백두산에서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발이 일어난다. 이 폭발 때문에 남한까지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아수라장이 된다. 남과 북에 모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추가 폭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유경 청와대 민정수석(전혜진)은 오랫동안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왔지만 학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강봉래 지질학 교수(마동석)를 찾아가 화산 폭발을 막을 작전을 세운다.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은 전유경이 세운 비밀작전에 폭탄 해체 전문가로 투입된다. 전투병들과 함께 북한으로 가서 국정원이 포섭한 북한 무력부 소속 스파이 리준평(이병헌)을 만나 북한의 핵무기를 백두산에 터트리는 게 인창의 임무다.

<백두산>은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 남한에 영향을 끼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블록버스터다. 강남역 한가운데에 있는 강남 도로가 뒤집어지고, 높은 빌딩이 무너지는 등 재난 상황이 꽤 실감나게 묘사된다. 영화의 초반부가 재난의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블록버스터라면, 인창이 북으로 가 작전을 실행하는 시퀀스부터는 인창과 리준평의 버디무비에 기댄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작전을 수행하려는 인창과 남한의 작전에 협조하는 척하지만 다른 속내를 가진 준평이 수시로 충돌할 때마다 서스펜스가 구축된다. 그럼에도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건 인창과 준평을 연기한 하정우와 이병헌의 실감나는 연기 덕분일 것이다. 영화는 유례없는 재난을 독자적으로 해결하려는 한국 정부와 그 움직임을 두고 경계하는 미국, 중국 두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통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긴장감을 풍자하지만, 인창과 진평의 여정에 장애물 정도로 기능하는 데 그친다. 새로울 게 없는 주제이고 인창과 진평이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설명되지 않은 빈틈이 많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스펙터클에 눈을 떼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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