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의문의 빈칸을 흥미롭게 채운다
2019-12-25
글 : 이주현

세종 24년인 1442년. 세종(한석규)이 타고 가던 가마 안여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시 사고 발생 4일 전. 명나라 사신은 황제의 칙서를 들고 조선을 방문한다. 명의 사신은 조선이 천문 연구를 통해 독자적 시간을 가지는 것을 우려하며 천문 의기들을 폐기하고 이를 발명한 장영실(최민식)을 압송하려 한다. 세종은 세종대로 시름이 깊고, 장영실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같은 꿈을 꾸었던 전하와의 이별에 가슴이 미어진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조선시대 최고 성군 세종과 관노비였으나 재능을 인정받아 정5품 관직에 오른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관계를 영화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이 있은 뒤, 안여 제작을 감독한 장영실은 곤장 80대형을 받고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다. 영화는 안여 사건에서 비롯된 의문의 빈칸을 흥미롭게 채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멜로의 거장 허진호 감독답게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돋보이는 것도 세종과 장영실이 맺는 관계와 감정에 있다. “천출은 죽어서도 별이 될 수 없다”고 믿었던 장영실에게 세종이 북극성 옆의 작은 별을 가리키며 “오늘부터 저 별이 네 별이다”라고 말하는 별자리 장면 등 멜로적 감성이 영화에 특별하게 작용한다.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난 한석규와 최민식은 연기 고수들답게 자칫 간지러울 수도 있는 장면들에 묵직한 힘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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