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디아스포라의 노래: 아리랑로드> 슬픔과 아픔, 그리움과 한을 마주한다
2019-12-25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한 노인의 구슬픈 <아리랑> 독창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 <디아스포라의 노래: 아리랑로드>는 곧이어 재일 동포 음악가 양방언의 피아노 연주를 보여준다. 정선 아우라지의 아름다운 풍광이 잠시 펼쳐지지만, 영화의 주된 관심은 한국 밖의 공간이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해야 했던 고려인들, 일제의 탄압으로 탄광에 끌려갔던 강제 노역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들이 부르는 <아리랑> 곡조에 깃든 슬픔과 아픔, 그리움과 한을 마주한다. 양방언은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아리랑로드 디아스포라>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디아스포라의 노래: 아리랑로드>는 지난 3월 방영한 KBS 다큐멘터리 <3·1운동 100주년 특집 아리랑로드> 3부작을 재구성한 영화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양방언의 연주가 영화에 한층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록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 국악인 김준수·송소희, 여성 보컬 듀오 바버렛츠 등 여러 장르의 음악가들이 참여해 색다른 분위기를 더한다. <아리랑>의 선율만큼이나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리랑>을 이야기하는 디아스포라들의 얼굴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아리랑>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이 영화가 생각하는 위로와 공감의 방법이다. 양방언의 말을 빌리자면 “슬프지만 아름다운” <아리랑>을 시청각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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