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다시 봐도 대단한! 애드리브로 탄생했던 명대사·명장면 BEST 10
2019-12-25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조커>

때로는 즉흥성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가 ‘애드리브’. 배우가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뱉은 대사, 행동들. 혹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장면을 갑자기 변경한 경우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서는 201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차지, 흥행 면에서도 전 세계 R 등급 영화 1위를 갱신한 <조커>가 애드리브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가 억지로 미소를 만들며 흘리는 눈물,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 등 여러 장면이 호아킨 피닉스의 즉흥적인 연기로 탄생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영화 속에는 애드리브로 탄생했던 장면, 대사들이 있다. 그중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10가지를 꼽아 복습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해당 영화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피범벅 손
<장고:분노의 추적자>

배우의 집념이 빛을 본 순간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악역 캔디를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중 백미는 그가 장고(제이미 폭스)의 정체를 알아채고, 하녀를 위협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가 탁자를 내리치는 대목에서 손이 실수로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이어갔다. 거기에 하녀의 얼굴을 피로 문대는 아이디어까지 제시, 카메라에 담기며 캐릭터의 광기를 200% 끌어올렸다. 배우들의 얼굴에 서린 긴장감도 이를 통해 완성된 셈이다.

<다크 나이트>

조커(히스 레저)의 박수
<다크 나이트>

애드리브 장면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에서 등장하는 조커(히스 레저)의 박수지 않을까. 승진한 제임스 고든(게리 올드만)은 동료들의 박수를 받던 중 상기된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구치소에 잡혀 있는 조커가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얼굴로 박수를 보내고 있던 것. 캐릭터를 대변한 이 절묘한 표정, 행동은 히스 레저의 즉흥적인 애드리브였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도 대단했지만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애드리브를 매우 싫어하는 그였지만 이 부분만큼은 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의 의성어
<양들의 침묵>

단 16분 남짓의 출연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한 그는 말 그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했다. 그중 주인공 스탈링(조디 포스터)의 과거를 유추하며 조롱하는 장면은 실제 조디 포스터를 겨냥한 안소니 홉킨스의 애드리브라고 오보가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원작 소설에도 그대로 있던 대사들. 대신 장면 끝부분에 등장하는 괴상한 소리가 안소니 홉킨스의 애드리브였다. 한니발의 조롱에 굴하지 않는 스탈링. 그런 그녀를 항해 한니발은 “어떤 조사관이 나를 시험하려 했지. 그래서 그의 간을 콩 요리와 와인에 곁들어 먹었지”라는 말을 하며 ”스스스습!”소리를 냈다. 무언가(?)를 빨아먹는 듯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불쾌감을 극대화했다.

<블레이드 러너>

로이(룻거 하우어)의 “모든 순간은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블레이드 러너>

인조인간을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물으며 SF 명작의 반열에 오른 <블레이드 러너>. 이를 고스란히 전달한 캐릭터가 룻거 하우어가 연기한 레플리컨트(인조인간)들의 리더 로이다. 지구에 불법 침입해 블레이드 러너(레플리컨트 제거팀) 릭(해리슨 포드)과 대립하던 그는 끝내 릭을 제압한다. 그러나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릭을 구한 뒤 나지막이 자신의 삶을 읊어주고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끝낸다. 여기서 등장한 명대사가 “모든 순간은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이다. 이는 대사가 너무 길다고 생각한 룻거 하우어가 일부를 생략하고, 직접 생각해낸 말이었다. 현장에서는 그의 최후를 바라보며 실제로 눈물을 보인 스태프들도 있었다고 한다.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의 ‘한 방’
<레이더스>

<블레이드 러너>의 최고 명대사는 롯거 하우어의 몫이었지만 해리슨 포드에게는 이미 <레이더스>에서 보여준 ‘한 방’이 있었다. 유머러스한 매력을 자랑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화려한 검술로 스스로를 과시하던 적에게 그는 총알 한 방을 선사한다. 관심도 없었다는 듯 뒤도는 것이 포인트. 원래 이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가 채찍으로 상대를 제압해야 했지만, 촬영 당시 심한 식중독에 걸렸던 해리슨 포드가 장면을 소화하기 힘들어 즉흥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탄생한 장면은 경쾌한 영화의 톤을 살리며 시리즈 전체의 명장면이 됐다.

<샤이닝>

잭(잭 니콜슨)의 “Here's Johney~”
<샤이닝>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도 빠질 수 없다. 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한 번쯤은 봤을 그 ‘짤’. 미쳐버린 잭(잭 니콜슨)이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도끼로 문을 부수고, 그 틈 사이로 얼굴을 들이미는 부분이다. 거기서 그는 아내를 향해 “Here's Johney~”라는 말을 뱉는다. 한국 관객들은 ‘조니가 누구야?’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유명 토크쇼 ‘투나잇 쇼’에서 호스트인 조니 카슨의 시그니처 소개를 따라 한 잭 니콜슨의 애드리브였다. 그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더하며 소름 끼치는 못습을 완성했다.

<택시 드라이버>

거울 속 스스로와 대화하는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택시 드라이버>

애드리브 연기의 표본으로 남은 장면이다. 대사 애드리브는 대부분 짧은 것들이 주를 차지했지만,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보여준 독백은 1분이 넘었다. 과대망상에 빠진 후, 거울을 보며 스스로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로버트 드 니로와 여러 작품들로 함께 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의 연기력을 믿고,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한다’는 설정만 부여한 채 직접 대사를 채워줄 것을 주문했다. 메소드 연기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접목시킨 ‘드 니로 어프로치’로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는 그 공백을 채우며 캐릭터와 완벽히 동화된 모습을 자랑했다. “나한테 말한 거야?(You takin' to me?)”를 네 번이나 반복하는 것도 리얼리티를 높였다.

<시계 태엽 오렌지>

알렉스(말콤 맥도웰)의 “Singing in the rain~”
<시계 태엽 오렌지>

해당 리스트에서 두 번 언급되는 유일한 감독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완벽주의로 유명했지만 애드리브를 싫어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1971년 제작한 <시계 태엽 오렌지>에서도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 말콤 맥도웰의 애드리브가 사용됐다. 알렉스 일행이 파렴치한 폭력을 행할 때 부르는 ‘Singing in the rain’이다. 이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말콤 맥도웰에게 아무 노래나 불러달라고 요청한 뒤, 노래를 잘 못 외우던 말콤이 그나마 기억하고 있던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렇게 ‘폭력에 물든 정신연령 5세들의 만행’을 보는 듯한 장면이 탄생했다. 이 곡은 이후 알렉스가 죗값을 치르는 계기로 다시 등장하기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과 <시계 태엽 오렌지> 두 작품 모두 애드리브가 캐릭터의 순수한 광기를 더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로마의 휴일>

조(그레고리 펙)의 ‘진실의 입’ 장난
<로마의 휴일>

로마를 방문한 어느 국가의 공주 앤(오드리 헵번)과 미국 기자 조(그레고리 펙)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담은 명작 <로마의 휴일>. 그중 실제 로마의 관광 명소인 ‘진실의 입’(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서약을 했던 조각상)에서 조가 장난을 치는 부분은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그런데, 조가 손이 잘린 것처럼 장난을 친 것은 사실 그레고리 펙의 애드리브였다. 다른 스태프들과 협의해 오드리 헵번을 향한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진행했던 것. 앤의 깜짝 놀라는 리액션도 진짜 오드리 헵번의 반응이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NG 없이 단 한 번의 촬영으로 포착됐다.

<카사블랑카>

릭(험프리 보가트)의 “Here's looking at you kid”
<카사블랑카>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따라 해봤지 않을까. 원래도 명대사였지만 초월 번역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카사블랑카>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다. 해당 대사는 원래 “Here's looking at you kid)”로 영화에서는 총 세 번 등장했다.(세 번 모두 상황에 따라 다르게 번역됐으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첫 등장에서 번역된 것이다)

사실 이 말의 어원은, 술자리에서 상대가 돈을 훔쳐 갈까 걱정해 던지던 ‘경고성’ 멘트. 어원대로라면 “주시하고 있다 꼬마야” 정도가 되는 것이다. 휴식 시간에 동료들과 종종 포커를 쳤던 험프리 보가트는 속임수를 쓰지 말라는 뜻으로 이 말을 종종 뱉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영화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려 애드리브 대사로 활용했다. 다시 의역해 보자면 장난스러운 경고성 말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잖아”로 바꾼 것. 그렇게 날린 애드리브는 미국영화연구소에서 뽑은 ‘100대 명대사’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대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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