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천문: 하늘에 묻는다> 곽호정 미술팀장 - 시대와 호흡하는 은은한 미술
2019-12-30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허진호 감독의 신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에서 세종과 그의 충직한 벗 장영실의 즐거운 한때는 늦은 밤 강녕전 마루에서 나란히 별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묘사된다. 조선만의 기술로 천문기기와 시계를 만들고자 했던 왕과 신하의 절절한 진심을 표현하는 이 장면.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천문>에 참여한 곽호정 미술팀장은 “세종과 영실이 누운 장면의 우물마루가, 보통 오래된 한옥이 그러하듯 나무가 약간 뒤틀린 것처럼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 묵직한 배우의 얼굴과 빛나는 별까지, 관객의 시선을 빼앗을 요소들이 다분한 장면임에도 미술팀은 안성 디마세트장에 세월을 묻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비화다. 손이 많이 가는 정통 사극인 데다, 과학자 장영실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천문기기 간의, 물시계 자격루 등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영화 <천문>은 미술품의 고증과 제작 과정이 까다로웠다. 곽호정 미술팀장은 자료가 드문 조선시대 초기를 최대한 정확하게 고증하기 위해 “재료나 방식이 달랐을뿐, 그 시대 선조들도 지금의 우리에 뒤지지 않는 상상력과 기술력을 가졌으리라는 믿음”으로 접근했다. 간의와 간의대의 경우 실제 사이즈에 가깝게 구현돼 현장에서도 “압도감이 대단했고”, 경복궁에 있는 자격루는 “관광용으로 재현된 느낌을 없애기 위해” 그 시대만의 우아함을 고심했다. 미술팀의 상상력은 때로 캐릭터를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세종의 경우 일찌감치 시력이 좋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미술팀장은 이를 “세종이 머무는 실내 곳곳에 방장을 치는 것”으로 표현했다.

여러 권의 수첩

“프로덕션 사무실에서는 크기가 큰 수첩을, 현장에서 감리를 볼 때는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수첩을 쓴다.” 곽호정 미술팀장이 가방에서 꺼낸 여러 권의 수첩은 그동안 자주 펼쳐본 흔적이 남아 잔뜩 낡고 구깃해져 있었다. 미술팀 막내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트 작업이 중요한 작품에 주로 참여해왔던 그는 “세트는 촬영 직전까지 계속 바뀌는 게 많아서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천문>에서 큰 세트였던 강녕전은 100여개에 달하는 출입문 각각에 필요한 장식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미술팀장 2019 <천문: 하늘에 묻는다> 미술팀 2018 <인랑> 2016 <가려진 시간> 2015 <널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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