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캣츠> 상상력으로 고양이의 매력
2020-01-01
글 : 송경원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캣츠>는 1981년 초연 이후 전세계 30여개 국가에서 공연된 스테디셀러다. T. S. 엘리엇의 동시집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1년에 단 하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고양이를 뽑는 신비한 밤을 배경으로 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에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고양이의 매력을 표현한 작품인 만큼 독특한 율동과 다채로운 현대무용, 유명한 사운드트랙이 중심이 된다. 특히 늙고 초라한 고양이 그리자벨라, 극장 고양이 거스, 밤의 제왕 맥캐버티 등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이 각자의 사운드 넘버에 맞춰 경연을 벌이는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직유법에 가깝다.

<캣츠>만의 이러한 매력들은 영화화할 때 고스란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어 돌아온다. 서사보다는 퍼포먼스 중심인 데다 무대장치와 구성이 꽤 중요하며 무엇보다 고양이 분장에서 오는 위화감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예고편부터 구설에 올랐던 어색한 CG와 의인화,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는 의외로 그렇게 깊지 않다. 낯설게 다가오긴 하지만 의외로 금방 익숙해진다. 1981년 뮤지컬 초연 당시에도 갖은 혹평에 시달렸던 만큼 ‘원작이 원래 그렇다’고 변명할 여지도 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캣츠>는 지나치게 고지식한 방식으로 뮤지컬을 고스란히 옮기고자 애쓴다. 그 순간 넓은 무대의 생생함, 춤의 역동성 등 뮤지컬 특유의 강점들이 사라지는데, 그 자리를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걸로 채워넣은 것도 아니다. 무중력 상태인 양 사뿐거리며 발레를 추던 고양이가 맹렬히 회전하며 허공으로 진짜 떠올라 사라져버리는 기묘한 장면은 이 영화의 비현실적이고 애매한 위치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이건 괴작이라기보다는 태작에 가깝다. 그럼에도 뮤지컬의 명곡들을 따라가는 재미를 부정하긴 어렵다.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극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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