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습격을 다룬 할리우드영화가 또 한편 도착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중립을 지키던 미국은 1941년 크리스마스를 몇주 앞둔 12월 7일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습격을 당한다. 미국을 참전하게 만든 이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이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2001)에서부터 잭 스마이트 감독의 <미드웨이>(1976),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도라 도라 도라>(1970) 등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당시 해군이었던 존 포드 감독은 실제 미드웨이 해안 전투 당시 현장에 머물다가 전투 장면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화에 묘사되기도 한다. <미드웨이>는 미국인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진주만 공습에서부터 태평양 전세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미드웨이 전투를 일궈낸 해군과 공군의 숨은 노력을 담아낸 영화다.
작전 명령을 내리는 군 수뇌부와 적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공작기관, 그리고 해상에서 직접 전투에 임하는 항공모함의 군인들,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들 모두의 이야기를 한편의 영화에 꽉꽉 채워 담았다. 스펙터클한 액션 묘사에서는 파일럿들의 공중전 위주로 묘사했으나 감독의 명성만큼 스케일을 전시하는 식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다만, 드라마 단막극을 보는 듯 밋밋하게 전개되는 각본의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투모로우>(2004) 이후 줄곧 같이 작업한 작곡가 출신의 제작자 해럴드 클로서와 또 한번 뭉쳐만든 작품.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1억달러 예산 규모에 제작을 거부해 감독이 직접 개인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영화 역사상 가장 비싼 독립영화라는 기록을 세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