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고속도로를 달린 조르주(장 뒤자르댕)는 어느 중고 의류 판매자의 집에 도착한다. 전날 예약한 100% 사슴 가죽 재킷을 손에 넣은 그는 덤으로 디지털 캠코더까지 얻는다. 그는 금세 새 옷과 사랑에 빠지고, 뜻밖의 선물인 카메라로 창밖 풍경도 찍어본다. 그날 밤 재킷을 입고 바에서 위스키를 마시던 조르주는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직업을 묻는 이들에게 영화감독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바의 종업원 드니스(아델 에넬)는 그에게 공짜 술을 건네며 자신이 프로를 꿈꾸는 아마추어 영상 편집자라 귀띔하는데, 이에 조르주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렇게 재킷을 향한 그의 집착도 지독해진다. 자기 목소리로 재킷에게 음성을 부여한 그는 재킷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이를 실현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영상이 모일수록, 조르주를 휘감는 사슴 가죽 의류도 늘어간다.
<디어스킨>은 당혹스러울 만큼 뻔뻔한 블랙코미디인 동시에 서늘한 호러이자 도발적인 메타 영화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영화의 장르처럼 스토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직 조르주의 목표와 실행만이 직선으로 뻗어가고, 드니스의 등장이 그 질주에 속도와 파격을 더한다. 어떤 규범에도 동요하지 않는 이야기에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인물 내면의 견고한 무질서를 받아들인다면 어느새 그들의 무표정에 매료될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조르주와 드니스를 보며 이들을 추동하는 광기의 실체를 짐작해보게 되는데, 추리의 결과에 따라 이야기 전체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앞서 지나친 주변 인물들이 활용되는 방식 또한 영화에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