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분담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김씨표류기>(2009)나 <나의 독재자>(2014)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이해준) 김병서·이해준 감독은 두 전작에서 각각 촬영감독과 감독의 관계로 협업한 적 있다. 이해준 감독은 당시에도 “롤이 다르다고 해서 자기 파트 일만 한 게 아니라 이야기부터 미술까지 함께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김병서 감독 역시 촬영과 연출을 겸했던 <감시자들>(2013)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그땐 촬영을 함께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장에서는 내가 특화된 부분에 집중했다. 이해준 감독은 내가 카메라를 잡는 것뿐 아니라 본질적인 작업을 같이 수행했으면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전 과정을 함께한 <백두산>은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된 재난영화다. 드라마 요소가 강한 작품을 함께했던 김병서·이해준 감독이 의외의 선택을 한 것처럼 비칠 수 있겠지만, 규모의 비주얼이 압도적인 <백두산>에서 극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휴먼드라마에 있다. 재난을 막으러 떠나는 남한의 조인창(하정우)과 북한의 리준평(이병헌)의 버디무비가 중심이 된 가운데, 출산을 앞둔 인창의 부인 최지영(배수지)이 홀로 인천항까지 떠나는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화산 폭발을 수년 전부터 예측한 프리스턴대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와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전혜진)이 한·미·중 역학관계의 그물망을 피해 한반도를 구하는 분투기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개봉 7일째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리스마스 극장가의 승자가 됐고 이 기세는 신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나의 독재자>가 개봉한 후 <백두산>을 구상했다고.
=이해준_다음 작품은 이전과 결이 다른, 분명한 장르 안에 들어가 있으면서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다음에 소재와 이야기를 찾았다. 이런 과정 자체가 이전 작업 방식과 달랐다. 백두산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인상적으로 본 적이 있어서 ‘백두산’은 <나의 독재자> 전부터 얼핏얼핏 떠올렸던 소재다. 자연스럽게 장르는 재난물로 결정됐다. 김병서 감독과는 계속 협업했고 일할 때나 일을 안 할 때나 동네 술친구로 같이 이야기를 공유하는 관계다. <백두산>을 함께하는 과정이 우리에겐 굉장히 익숙했다. 우린 일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일 얘기를 한다. 일할 때도 노는 것처럼, 놀 때도 일하는 것처럼. 계획성이 없는 사람들이라 이런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공동 작업 방식은 어땠는지.
=김병서_술을 마시면서 밥을 먹으면서 계속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성에 있는 낡은 콘도를 빌려 2주 정도씩 집중해서 작업하기도 했다. 둘 다 운전면허가 없어서 방에만 틀어박혀 글만 쓸 수 있다. 며칠씩 책상에 말도 없이 마주앉아 있다가 형이 툭, 대사를 던지면 내가 받아치기도 하고. 시나리오는 전달이 중요하다 보니 글쓰기에 나보다 훨씬 강점이 있는 형이 타이핑을 했다. 그러는 사이 내가 다른 시퀀스를 얼기설기 쓴 후 형과 공유해서 보고. 형이 쓴 부분을 내가 넘겨받아서 의견을 내기도 하고. 그렇게 주고받는 작업을 했다. 그래도 택시로 20~30분 나가면 속초 시내라서 맛집 탐방도 많이 했다.
이해준_속초에 갔는데 춘천 닭갈비를 먹고. (웃음) 들어서는 순간 즐겨야겠다는 마음을 싹 접게 되는 콘도였다. 내가 모음을 치면 병서가 자음을 쳤다. 오성과 한음처럼. (웃음)
김병서_형이 글을 참 잘 쓰는데 맞춤법에 약해서 띄어쓰기는 내가 보고. (웃음) 사실 같이 작업하면서 시나리오 쓰기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그 부분에서는 글 선생님 같다.
-콘도에 묵을 때 든 감정들이 시나리오에도 반영됐나.
김병서_바다를 보면 나가고 싶을까봐 일부러 마운틴 뷰로 방을 달라고 했는데, 그럼 밖으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저게 백두산은 아니지만 저 산을 넘어가야 하는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글을 썼다. 어떨 때는 난관에 봉착해 몇날 며칠 잠만 자다 온 적도 있다. 취기가 오르면 형이 “병서야, 세상에 풀리지 않는 이야기란 없어. 그냥 우리가 지쳐서 도달하지 못할 뿐이야” 같은 말도 선배 작가로서 하고….
이해준_어유, 닭살 돋는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김병서_그 소리를 들은 나도 소스라치게 놀랐다.상대가 지칠 때 다잡아주는 식의 협업이 장점이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하정우 배우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덱스터스튜디오와 퍼펙트스톰필름(하정우의 동생 김영훈이 공동 대표로 있다.-편집자)과는 어떻게 닿았나.
김병서_<백두산>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했다. 하정우 배우의 소개로 연이 닿으면서 흔쾌히 작품에 힘을 실어주셨다. 아주 자연스럽게, 운명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오랜 관계를 맺어온 분들 사이에 신뢰가 있었고 서로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해준_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집필한 지 4년 반정도 됐는데, 그때쯤 (하)정우씨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특히 정우씨는 공동 제작자로서 시나리오 디벨롭 단계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조인창 캐릭터는 하정우씨에게 빚진 게 많다. 인물이 가진 온도나 그가 놓인 상황의 디테일은 배우와 함께 회의를 거치며 채워진 부분이 많다. 원래는 다소 딱딱하고 안 좋은 의미로 멋있는 주인공에 가까웠다. 어느 날 하정우씨가 “난 인창이 어떤 인물인지 알 것 같아. 투 머치 토커야”라고 말을 던지는 순간 우리도 감이 왔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이병헌이 연기한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은 연기하기 매우 어려운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이병헌 외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해준_리준평은 단 한번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법이 없다. 굉장한 텐션을 가져가면서 웃길 땐 웃기고, 그렇다고 웃기기만 해서도 안된다. 다양한 결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 속이 잘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면 자칫 캐릭터가 단순해질 수 있는데, 이 미묘하고 복잡다단한 결을 이병헌 선배는 표현해낸다. 리준평의 아내 선화(전도연)와 거실에서 다시 만나는 신은 시나리오를 쓸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선화와 뜨거운 감정을 쏟아내다가 인창과 대원들이 들이닥칠 때 갑자기 표정이 바뀌는게 과연 가능할까, 우리가 시나리오를 잘못 쓴 건 아닐까. 그런데 배우의 연기가 말이 안되는 상황을 연기로 말이 되게 하더라. 뜨거웠던 감정을 타인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담아 연기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김병서_말줄임을 이용한 코미디는 병헌 선배의 아이디어가 컸다. 우리가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서 더 구상한 후 현장에서 말맛을 더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전광판 속 평양에 지진이 발생하고 1분도 되지 않아 강남역이 무너져내린다. 백두산 기저에 있는 4개의 마그마방이 순차적으로 폭발한다며 네 차례의 폭발이 예고된다. 재난영화로서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이후 폭발이 예상 가능한 타이밍에 뻔한 그림으로 연출되지 않도록 변주하는 게 관건이었을 텐데.
김병서_네 번째 폭발을 막는 것 자체가 ‘타임 리밋’(time limit)이다. 김용화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고 우리가 좀더 고민하며 구체화한 부분이다. 첫 번째 폭발은 강력한 전제가 필요했다. 백두산은 되게 익숙하면서 막연한 곳이다. 폭발로 말미암은 화산성 지진이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광경을 보며 느끼는 충격을 갖고 시작해야 했다.
이해준_평양에 나가 있던 특파원이 지진을 겪고 불과 1분 안에 당도하는 거리감이 영화의 큰 메시지일 수 있다. 우리가 늘 멀게만 느끼던 곳에서 재난이 일어나면 금방 당도하게 되는, 좋으나 싫으나 하나의 땅에 발을 딛고 살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상황이 핵심적인 메시지였다.
김병서_계속 지진 상황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다른 자연재해로 영화에 변주를 줘야 했다. 두 번째 폭발 장면은 잠수교에서 찍었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잠기기도 하고 운행이 통제되는 곳이다. 한강의 범람 수위가 너무 과장되기보다는 잠수교 하부를 덮칠 만한 규모면 현실감 있지 않을까, 라는 접근에서 출발했다.
이해준_세 번째 폭발은 인창과 준평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기폭 장치를 두고 서로 적이었던 두 남자가 힘을 합치는 계기로 북한 현수교에서의 액션이 등장한다. 두 사람의 우정이 한층 심화되는 계기로 재난을 활용한 측면이 있다. 재난의 형태도 달리해야겠지만 각 인물의 변곡점으로 재난이 작용하길 바랐다. 그것이 각 폭발의 시점도 결정했다.
김병서_두 사람의 여정 끝에 마지막 폭발을 앞두고 비로소 백두산을 목도한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화산탄이 쏟아지는 등 화산과 관련된 재난으로 보여줬다.
-화산재로 뒤덮인 한반도의 비주얼은 어디에서도 구현된 적 없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큰 숙제였을 듯하다.
이해준_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 연출부가 많은 관계자를 인터뷰하며 자료를 모았다. 그런데 과학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사실과 영화적 사실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테면 미 항공우주국에서 옐로스톤 화산지구를 막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주변에 거대한 파이프를 심어 화산의 증기를 밖으로 분출한다는 내용이다. 강봉래 교수의 아이디어는 이런 자료에서 출발해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심도를 너무 벗어나지 않게, 우리가 조사한 내용을 더 담기보다는 보는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관용도 안에서 표현하길 바랐다. 최소한 상식적인 접근은 맞췄다.
김병서_<백두산>이 담아내는 북한은 화산재 너머로 뿌옇게 보이다가 주인공들의 여정을 통해 서서히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래서 사운드디자인도 상대적으로 대기가 먹먹하게 느껴지게끔 했다. 인창과 부대원들이 처음 북한에 도착했을 때 화산재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낯선 곳에 떨어진 두려움을 강조하려고 오히려 시계를 닫은 거다. 보천마을 시퀀스의 경우 미술팀이 특수효과팀과 함께 지붕 위 화산재를 세팅하는 식으로 디테일을 더하고 미스트는 줄여서 시계는 열었다. 사실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백두산 근처로 갈수록 화산재가 더 짙고 시야가 짧아져야겠지만 우리는 영화적인 선택을 했다. 전체적인 톤 앤드 매너는 지키되 그 강도는 캐릭터의 감정이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조절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에 관객이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다.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들이 있나.
김병서_실제 재난을 기록한 영상들. 유튜브에서 보면 실제 상황을 사람들이 찍은 영상들이 있는데, 현실감 있는 공포가 담겨 있다. 꼭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타워링>(1974) 같은 작품이 재난을 어떻게 다루는지, 서스펜스가 어떻게 펼쳐지고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난영화의 보편적인 플롯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변주되고 그 뒤틀림이 다시 원형이 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재난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우리가 최소한의 새로움을 어떻게 가져가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블록버스터영화부터 TV시리즈, B급영화, 제 3세계 영화까지 많이 찾아봤다.
이해준_<태양은 없다>(1998), <미드나잇 런>(1988)같은 버디무비도 많이 참고했다. 이게 화산 폭발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사람 얘기로 귀결되니까.
-많은 사람이 호평을 보내는 시각특수효과(VFX)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모션 베이스나 김블 등을 활용한 촬영도 눈에 띈다.
김병서_프리 비주얼 과정을 거쳐서, 가령 땅이 어떻게 꺼지고 차가 회전하는지 가이드를 잡으면 모션 베이스나 김블에 입력해 촬영에 들어간다. 그게 배우들 연기에도 도움이 되고 훨씬 생동감 있는 화면으로 나온다. 사실 모든 장면을 VFX로 구현할 수는 없다. 인물과 직접 접촉이 있는 부분은 특수효과팀을 통해 구현된 부분이 크다. 특수효과팀이 만든 부분에 VFX팀이 CG를 더하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물을 완성해내는 협업이 중요했다. 안전과 정확성을 위해 계산이 많이 필요했는데 특수효과 업체 데몰리션에서 놀라울 정도의 현실감을 만들어줘서 VFX팀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백두산을 눈앞에 둔 장면은 실제로는 벌판에서 촬영했다. 화산탄을 뿜어내는 백두산과 그 주변 지형은 VFX팀이 3D로 구현했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폭발은 데몰리션이 만든 거다. 화산탄이 땅에 떨어지며 흙이 튕기는 궤적을 폭약을 직접 심어서 묘사했는데 3D 화면이 입혀지기 전에도 그 숏들을 보며 감탄했다. 근경이 아닌 원경에 있는 부분은 데몰리션이 만든 부분을 레퍼런스 삼아 CG팀에서 작업했다. 서로간의 시너지가 필요했다.
이해준_<백두산>을 보고 VFX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VFX가 잘 구현되려면 실제 찍은 촬영본과 잘 붙어야 한다. 강남역 신도 우리가 현장에서 찍은 분량에 충분한 노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최종 작업이 완성될 수 있었다.
김병서_지진 이후 잔해를 CG로 모두 그릴 수 없으니 미술팀이 사전에 세팅한 부분도 많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실사와 결합되어야 더 리얼하게 보인다. 우리보다는 VFX 슈퍼바이저가 데몰리션 및 미술팀과 상의해서 결정한 결과물이다. 북한으로 넘어갔을 때 화산재가 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실제 만들어서 뿌리기도 했고 CG로도 만들었다.
-김병서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장르를 가리진 않지만 독특한 캐릭터들을 자연광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게 하고 싶은 욕망은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다”라고 한 적 있는데….
김병서, 이해준_(폭소)
김병서_20대 꾸러기 시절에 한 말이다. 그러다가 영화산업을 경험하며 바뀐 거다. 아니, 왜 손이 떨리지. (웃음) 드라마와 감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았다. 존경하는 고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가르침이 준 토양 위에서 자랐으니까 큰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또 당시에는 리더십에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감독의 길을 포기하고 촬영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감시자들> 이후에는 연출도 겸하고 있는데.
김병서_그런 게 성장점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하던 지점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좀더 용기도 갖게 되고 또 다른 꿈으로 치환됐다. 그래도 기특하네, 내가. (웃음)
-이해준 감독은 “<나의 독재자> 당시 <천하장사 마돈나>(2006), <김씨표류기> 등의 전작에선 배제하려고 했던 ‘통속성’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라며 개인의 취향이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전작들보다 훨씬 뜨거운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오늘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이해준_점점 더 내가 하고 싶은 영화보다 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일까를 더 살피게 되는 것 같다. <백두산>은 내가 좋아하기보다 보는 사람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나의 독재자> 때보다 마음을 더 열어서 임한 작업이다. 한동안은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
혹자는 <백두산>이 거대 블록버스터영화이기 때문에 두 감독의 개성과 선택을 포기하고 만든 작품이라고들 추측한다. 하지만 오늘 인터뷰를 돌이켜보면 <백두산>은 두 감독이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해준_규모가 큰 영화라는 것은 <백두산>이 놓인 특징 중 하나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마음은 그대로다.
김병서_이 영화가 어떤 작품으로 규정되고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남길지 우리도 지켜보고 있다. 익숙한 클리셰 안에서, 우리의 취향까진 아니라도 새로움을 어떻게 더할 것인지 앞으로 더 고민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숙제가 있다. <백두산>을 봐주시는 관객의 반응을 복기하며 우리가 좀더 생각하고 반성해보려 한다. 또한 <백두산>의 손익분기점 자체가 너무 높다 보니 우리 때문에 산업이 장르적으로 축소되는 면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