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5가지 키워드로 짚어보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2020-01-15
글 : 김현수
굿바이, 스카이워커!

40여년에 걸친 스카이워커 가문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창조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의 9편이자 시퀄 3부작의 마지막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이하 <스카이워커>)가 2019년 12월 20일 전세계 동시개봉(한국 개봉은 1월 8일) 이후 열흘 만에 7억 6천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흥행 순항 중이다. 20세기 블록버스터영화의 산업 흐름을 바꿔놓고 시각특수효과(VFX)의 비약적 발전을 이뤄냈으며 SF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등 <스타워즈> 시리즈가 전세계 영화 역사에 끼친 영향을 나열하려면 이 지면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1세기 거대한 영화제국을 구축한 디즈니의 지휘 아래 성공적으로 부활한 새 시리즈는 이제 시리즈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엔딩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그 장대한 피날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번 영화는 앞선 두편의 영화가 속시원히 풀어주지 않은 수많은 수수께끼들, 예를 들면 레이의 부모에 대해, 스카이워커 가문의 최후에 대해, 레아 장군 역의 캐리 피셔의 퇴장에 대한 그 모든 떡밥을 회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모든 의문점을 포함, <스카이워커>의 엔딩이 갖는 의미를 5가지 키워드로 나눠 살펴봤다.

1. 마지막 희망, 레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 개봉 당시 캐릭터 피겨 출시 리스트에서 주인공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누락된 채 공개된 일이 있었다. 애초 여성 캐릭터 장난감은 많이 팔리지 않을 거라는 계산 때문이었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인배우 데이지 리들리를 기용해 “이 시대의 젊은 여성이 세상과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가”를 <스타워즈>의 세계관 안에서 펼쳐 보이고자 했던 루카스필름의 수장 캐슬린 케네디의 제작 의도를 되짚어보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라스트 제다이>)의 로즈를 연기한 켈리 마리 트란이 외모 비하 같은 욕설이 섞인 사이버 공격으로 시달린 일도 있었다. 정말이지, 시퀄 3부작은 시대가 바라는, 변화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영화 안팎에서 증명해 보였다. 은하계 포스의 균형을 가져다줄 예언의 존재였던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후, 줄곧 <스타워즈> 시리즈의 이야기는 혈연관계의 비극 속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부모도 없이 홀로 고철 수집으로 소일하며 살던 레이가 포스의 힘을 깨닫게 되고, 또 선택받고 훈련받은 제다이들만 쓸 수 있다는 무기 ‘라이트 세이버’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는 과정은 시리즈의 혁신을 보여줬다. 지난 시리즈의 주인공에 비유하자면, 레이는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가 타투인 행성에서 찾아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제이크 로이드)의 의지(<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1999))를 지녔으며, 대고바 행성에서 마스터 요다(프랭크 오즈)에게 제다이 수업을 받았던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의 번뇌를 가진, 그러면서 그들을 뛰어넘는 결실을 맺게 될 인물이다. 그런데 9편의 부제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라는 사실은 좀 의아하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라이언 존슨 감독이 강조했던 바는 포스의 균형을 실현한다는 것은 특정한 누군가의 운명이 아니라 모두의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이었는데 왜 부제에 다시 ‘스카이워커’라는 혈통이 강조된 것일까. 그것은 갑자기 등장한 다스 시디어스 팰퍼틴(이언 맥디어미드)과 무관하지 않다.

2. 저항군의 역습

평화로운 공화국을 위협하던 변절한 분리주의자들과의 클론전쟁(프리퀄 3부작), 공화국을 거대한 다크 포스의 제국으로 만들려던 다스 베이더의 횡포에 맞서 싸우던 저항군의 투쟁(오리지널 3부작)에 이어 시퀄 3부작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저항군의 관점에서 보면 사방에 흩어져 은둔 생활을 하던 과거의 전쟁 주역들을 다시금 전쟁에 끌어들이는 과정과 그사이 현저히 줄어든 소수의 게릴라전을 그린다. 3부의 이야기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의 압박에 쫓겨 과거 레아 장군이 제다이 수련을 받았던 행성 에이잔 크로스에 머물던 저항군과 레이는 포(오스카 아이삭)의 스파이 작전으로 팰퍼틴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항군은 이제 팰퍼틴의 은둔처인 엑시골의 위치를 찾아내어 그를 무찔러야 한다. 시퀄 3부작은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요 작전이었던 데스 스타 파괴 작전(<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1977)), 저항군의 생존을 위한 퇴각 작전(<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1980)), 그리고 제2의 데스 스타 파괴를 위한 비밀침투작전이었던 엔도 전투(<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1983)) 과정을 재해석하며 단독 영화가 줄 수 있는 액션의 스펙터클과 작전의 서스펜스를 살려낸다. 그런데 9편이 풀어내야 할 하나의 난제가 있었으니, 바로 <라스트 제다이>에서 라이언 존슨 감독이 새롭게 재정립한 저항정신의 의미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심지어 역사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저항군의 희생을 다뤘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도 있었기에 <스카이워커>는 부제를 따라서 일보 후진한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영웅 신화에서 벗어나 혁명을 꿈꾸는 민초들의 들끓는 민심을 형상화한 레이와 핀(존 보예가)의 여정이 이번 편에서는 다소 희석되어 있다. 한편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뉴페이스는 대부분 저항군 캐릭터들이다. 스타킬러 기지 잔해 속에서 살아가는 의문의 과거를 지닌 잔나(나오미 에키)와 불법 조직의 리더이자 포와 인연을 맺었던 조리(케리 러셀), 그리고 이름조차 제대로 호명되지 않은 채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저항군의 주역들이 꽤 많다. 등장인물의 모든 사연을 다 훑지는 못하되 향후 진행될 새로운 프로젝트들의 포석으로 심기 위한 등장이라 의심할 순간들이 너무 많다는 점 또한 저항군을 대하는 시리즈의 어떤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3. 팰퍼틴의 귀환

지난해 4월, 시카고에서 열린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행사에서 처음 등장을 알린 팰퍼틴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다스 베이더로 만든 장본인이자 다스 시디어스로서 프리퀄 3부작과 오리지널 3부작 내내 무서운 존재감을 과시했던 인물. 그런 그가 시퀄 3부작에서는 슈프림 스노크(앤디 서키스)와 카일로 렌의 등장으로 지나간 역사 속 인물로 치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다크 포스는 언제나 스승과 제자 양강 구도로 드러난다. 때문에 슈프림 스노크의 죽음은 시리즈의 설정상 또 다른 스승이 등장하거나 혹은 카일로 렌의 새로운 제자가 등장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서 제작진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물론 꼭 그가 등장하지 않아도 여전히 다크 포스의 위력은 제국군을 휘감고 있었다. <깨어난 포스>와 <라스트 제다이>에서 묘사됐던 루크와 카일로 렌의 악연에서도 팰퍼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4. 레아 장군의 마지막 순간

2016년 12월 27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개봉 시기에 세상을 떠난 배우 캐리 피셔가 연기하는 레아 장군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보여준 자유를 향한 저항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물론 시퀄 3부작이 기획될 때에도 가장 중요했던 점은 수십년간 모든 과거의 주역들이 은둔해 있는 와중에도 저항군을 이끌며 공주에서 장군으로 거듭난 레아의 재등장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처음 스크린에 다시 모습을 비추게 될까.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스타워즈> 세계관의 새로운 희망 그 자체다. 어쩌면 시퀄 3부작의 엔딩은 레이와 함께 레아 장군이 장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크 해밀이 <라스트 제다이> 홍보차 <씨네21>과 나눈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이같은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그는 “<깨어난 포스>가 한 솔로에 대한 이야기고, <라스트 제다이>가 대부분 내가 맡은 루크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음 영화는 캐리가 연기한 레아 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됐어야 했다”라고 말한 적 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얼마 남지 않은 저항군을 이끌고 퇴각했던 레아 장군은 <스카이워커>에서 레이에게 비밀작전을 지시한다. 그녀는 레이에게 스카이워커의 라이트세이버를 쥐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너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아쉽게도 이번 영화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만들어진 두 번째 출연작이자 마지막 출연작이며 동시에 이번 영화를 위해 그녀가 생전에 촬영한 장면은 한컷도 없다. 모두 <깨어난 포스> 때 촬영했던 예비 분량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스카이워커>의 각본을 만들 때 이미 그녀의 활약을 계산에 넣을 수 없었던 점이 너무나 아쉽다. 애초 레아 장군의 활약을 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스카이워커 사가’ 9부작의 엔딩은 분명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5. 저항의 불씨, 스카이워커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2002)에서 팰퍼틴 의장이 아나킨을 유혹하기 위해 죽음을 다스리게 된 전설적 인물 다스 플레이그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을 잠시 떠올려보자. 다스 플레이그스는 다크 포스를 활용해 사람을 살리게 하는 일을 행했던 인물로 그의 제자에게 잠을 자다 살해당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크 포스에 빠져들던 카일로 렌 앞에서 갈등하던 루크의 모습에서 팰퍼틴과 아나킨의 관계를 비틀어 재현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팰퍼틴의 부재는 시퀄 3부작의 완성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므로 9편에서의 재등장은 어쩐지 갑작스러운 면이 있다. 아마도 <스카이워커>의 엔딩이 시시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어쩌면 팰퍼틴의 존재감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하게 소개할 수는 없지만 팰퍼틴의 귀환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로 회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다스 베이더로 변한 뒤, 제국군은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퍼스트 오더이자 파이널 오더라는 이름으로 계속 환골탈태해 여전히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리고 아나킨의 외손자인 카일로 렌은 혈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나약함을 다크 포스 뒤에 감춰두려 한다. 레이와 카일로 렌의 관계 혹은 레이 부모의 실체 등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극복해야 할 문제임과 동시에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스카이워커>는 이를 극복했는가, 아니면 언젠가 등장할지 모르는 또 다른 시리즈에 책임을 전가했는가. 이번 엔딩이 제시하는 ‘스카이워커’의 의미를 무엇이라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스카이워커 사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 평가를 회피하는 수준의 우답을 내놓자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미디클로리언 수치는 ‘혈통’보다 ‘저항’을 강조할 때 더 높았다. ‘스카이워커 사가’는 끝났지만 저항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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