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신의 은총으로> 신부들의 성범죄에 얽힌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2020-01-15
글 : 송경원

“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2016년 8월 프랑스 루르드에서 열린 주교회의에서 필리프 대주교는 고위 사제들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여 프랑스 국민의 공분을 샀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으로>는 이 논란의 발언을 제목으로 하여 신부들의 성범죄에 얽힌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리옹에 거주하는 알렉상드르는 단란한 가족을 꾸린 평범한 남자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성당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아무런 문제 없이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렉상드르는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알렉상드르는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합쳐 ‘라 파롤 리베레’(해방된 말)란 단체를 결성하고 가톨릭 교회를 상대로 투쟁에 나선다.

프레나 신부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이 영화는 개별 사안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침묵 재판’이라고 불렸던 교회의 구조 자체를 비판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최대한 억누른 채 사안의 중대성을 신중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차갑다 해도 좋을 만큼 전반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영화는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순간들과 생각할 거리를 이끌어낸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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