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은총으로 프레나 신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 2016년 8월 프랑스 루르드에서 열린 주교회의에서 필리프 대주교는 고위 사제들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여 프랑스 국민의 공분을 샀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으로>는 이 논란의 발언을 제목으로 하여 신부들의 성범죄에 얽힌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다. 리옹에 거주하는 알렉상드르는 단란한 가족을 꾸린 평범한 남자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성당의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신부가 아무런 문제 없이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렉상드르는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한 알렉상드르는 다른 피해자들과 힘을 합쳐 ‘라 파롤 리베레’(해방된 말)란 단체를 결성하고 가톨릭 교회를 상대로 투쟁에 나선다.
프레나 신부를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한 이 영화는 개별 사안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침묵 재판’이라고 불렸던 교회의 구조 자체를 비판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최대한 억누른 채 사안의 중대성을 신중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차갑다 해도 좋을 만큼 전반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영화는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순간들과 생각할 거리를 이끌어낸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