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실사와 CG가 결합된 말하는 동물 집단의 출현
2020-01-22
글 : 김소미

정보국 요원인 태주(이성민)는 한중 수교 기념일을 맞아 특사로 찾아온 판다(유인나)의 경호를 맡게 된다. 판다를 빼돌리려는 테러범의 급습을 받게 된 태주는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부딪치는데, 가벼운 뇌진탕 끝에 전에 없던 초능력 하나를 얻게 된다. 바로 온갖 동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동물과 대화가 가능해진 태주는 뛰어난 군견 알리(신하균)와 함께 판다찾기에 나서고, 외로움을 타는 딸 서연(갈소원)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사람과 개의 우정, 부녀지간의 애틋한 가족애를 기반으로 액션, 판타지, 코미디 장르의 관습들을 경쾌하게 건드려 나간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미덕은 한국에서 전에 보기 힘들었던 장르의 포문을 연 데 있다. 실사와 CG가 결합된 말하는 동물 집단의 출현만으로도 가족 관객층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동물들의 아우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초반의 몽타주가 해당 컨셉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태생적 즐거움을 가장 선명히 보여준다. 배우가 지닌 이미지와 미스매치를 이루는 등 의외의 캐스팅을 보여주는 목소리 출연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과장된 연기와 음악, 만화적인 장면화 방식을 통해 장르의 테두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점도 현명한 선택이다. 문제는 극 전체를 힘 있게 이끄는 서사적 장악력의 부재다. 다소 느린 호흡, 파편적으로 활용되는 조연 캐릭터, 테러 집단을 동원해 기능적인 갈등이 부각되는 후반부가 성긴 인상을 남긴다. 상상 속의 크리처가 아닌 익숙한 동물을 재현하는 만큼, 할리우드 기술력에 눈이 높아진 관객에게 저예산의 CG가 남기는 완성도의 아쉬움 역시 마냥 가볍게 차치할 수는 없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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