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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 사라진 VIP> 김태윤 감독 - 장르적 외연의 확장
2020-01-27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동물이라면 종을 막론하고 질색하던 국정원 요원 주태주(이성민)는 임무 도중 가벼운 뇌진탕을 겪은 후 살아 있는 온갖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을 방문한 판다(목소리 출연 유인나) 특사를 지키기 위해 군견 알리(목소리 출연 신하균)와 콤비플레이를 펼치는 그는, 여러 동물들의 아우성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딸에게 점점 더 좋은 아버지가 되어간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는 말하는 동물과 인간이 부대끼며 사건·사고를 탐험하는 가족 판타지 드라마다. 몇몇 사랑받는 북미 프랜차이즈들이 떠오르지만 한국에서는 그 계보를 찾기 힘든 장르인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감독의 이름 또한 의외라 더욱 흥미롭다. <또 하나의 약속>(2013), <재심>(2016) 등 굵직한 실화에 기반한 영화를 만들었던 김태윤 감독에게 그 변신의 과정을 물었다.

-<또 하나의 약속>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태를, <재심>으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다. <미스터 주>는 의외의 행보다. 어떤 영화적 취향이 반영된 결과인가.

=일단 현재 고양이 세 마리와 살고 있다. (웃음) <닥터 두리틀>의 원작 소설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20대 시절엔 <매드맥스> 시리즈를 만든 조지 밀러 감독의 <꼬마 돼지 베이브> 시리즈를 굉장히 즐겁게 봤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온 게 아닐까. 기본적으로 <미스터 주>의 메인 플롯은 <왓 위민 원트>(멜 깁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머리를 부딪친 후 여자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 마초 남자 캐릭터가 나온다.-편집자)와 닮은 구석도 있다고 본다.

-배우들의 연기 톤이나 음악 사용 면에서 전 연령대를 겨냥한 가족, 코미디, 판타지 장르임을 선명히 강조했다.

=연출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가장 고심했던 작품이다. 나는 영화의 톤 앤드 매너를 잡을 때 이 영화를 누구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해본다. <또 하나의 약속>은 실화의 주인공인 아버님이었다. 그래서 아버님의 연령대, 학력, 평소에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등을 떠올리며 영화를 만들었다. <재심>은 약촌오거리 사건 수사 과정의 피해자였던 분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미스터 주>는 내 조카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그런 바람이 영화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판타지적 설정에 기반해 동물과 인간이 교류하고, 큰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꾸준한 컨셉인데 한국에선 보기 드물었다.

=지금까지 한국에 없었던 영화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코미디영화라기보다는 코미디에 기반한 가족영화인 점을 어필하고 싶은데 그동안 사례가 드물다보니 마케팅쪽에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제작 과정에서도 일단 노하우가 전무하니까 예산운용에서부터 장면의 세부 설계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실사 동물과 2D, 3D 효과가 같이 나오는데 어색하진 않을까, 어떤 것도 물어볼 데가 없었다. (웃음) 나 혼자 농담하기로는 비슷한 컨셉의 2천억원짜리 할리우드영화를 5분 만들 예산으로 완성했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상상력에 의존해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그동안 CG가 많은 영화를 한 적이 없는데, 처음 겪어보니 어땠나.

=초반엔 ‘내가 지금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이게 가능한건가?’ 의심이 들 때도 있었고. 끊임없이 예측하고 상상하고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감독은 카메라 뒤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볼 수 있었지만 사실 배우들이 가장 힘들었을 거다. 감정을 교류할 대상 없이 어떤 리액션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연기해야 하니까. 이성민 배우도 블루 매트에서 연기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앞으로 이렇게 상대방 없이 하는 연기법을 더 많이 배워두어야 할 것 같다는 배우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웃음 코드를 건드리는 일반적인 코미디영화와 달리 대체로 선하고 무해한 요소들만 등장한다.

=성적인 요소, 과도한 폭력을 쓰지 않고 코미디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이 장르만의 특성만으로 돌파해보자는 고민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중요했다. 관객 입장에서도 그동안의 코미디영화가 쌓아둔 데이터와 맞지 않는 새로운 영화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태주와 함께 활약하는 군견 알리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오디션을 많이 봤다. 내가 알리를 연기할 개 배우에게 원한 건 딱 두 가지다. 동선에 맞춰 서고, 상대 배우에게 시선을 맞출 것. 그리고 집중력이 좋을 것. 평소에 잘하는 개들도 현장에 스탭이 많고 여기저기서 조명이 번쩍이면 겁먹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타고난 집중력이 좋은 친구가 필요했다. 알리는 놀라울 정도로 잘해줬고, 알리의 주인이자 연기지도사인 소장님이 워낙 베테랑이라 알리의 건강 문제도 마음이 놓였다. 매일 알리의 컨디션을 최우선시하며 촬영했다.

-배우 이성민이 동물을 거의 혐오하던 남자가 동물과 우정을 나누게 되기까지를 경쾌하게 연기했다.

=태주처럼 원래 동물에 약간 거리감이 있는 분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때 이성민 배우의 매니지먼트 대표도 의외였다고 하더라. 놀랍게도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동물들 사이에 있는 배우의 모습이 편해 보였다. 처음엔 알리가 가서 핥으면 약간 불편해했는데 나중엔 배우가 먼저 애정 표현도 하고 알리가 보고 싶다고 찾기도 했다. <미스터 주> 하면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는 말을 듣고 뭉클했다.

-동물들 목소리에 의외의 배우들을 매치했다.

=고릴라의 경우 이정은 배우가 한창 <기생충>을 촬영할 때 옆 세트장에 있었는데 만나면서 미리 목소리 출연을 부탁했다. <옥자>에서도 옥자를 멋지게 연기하지 않았나. 나중에 전화해서 고릴라,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고릴라라고 말씀드렸더니 호탕하게 웃으셨다. 원래 서울 출신인데 <미스터 주>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함안댁을 연기했던 것처럼 악센트 연기에 천재적인 배우다. 앵무새 목소리의 김수미 선생님도 어렵게 부탁해서 모셨다. 목소리 출연을 제안하면서 배우가 무슨 역할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퍼그요’, ‘햄스터요’라고 답해야 하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고 다들 깜짝깜짝 놀라셨다. 다행히 모든 분들이 이 영화의 의의나 취지를 깊이 공감해주셨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영화 <해치지 않아>, 그리고 <닥터 두리틀>이 나와서 동물영화가 붙게 됐다. 어떤 현상이라고 보나.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보면 창작자들이 한국영화 소재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 나름의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주로, 외계로, 하다못해 외국으로 나가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향후 5~10년 동안은 다양한 시도를 거친 영화가 등장할 것이다. 일종의 과도기인 것 같다. 나 역시 소재적, 장르적 확장성을 고민하면서 <미스터 주>를 하게 됐다. 이런 영화를 한번 하고 나면 업계에 노하우가 생기고, 앞으로 또 여러 명의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시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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