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0일, 소문만 무성하던 <매트릭스 4>의 제작이 확정됐다. SF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귀환인 만큼 기대를 자극하지만, ‘아름답게 퇴장한 영화를 억지로 무덤에서 끌고 온 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매트릭스 4>에 대해 밝혀진 사실은 매우 적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보고, 추측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
<매트릭스 4>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첫 번째 요인이 아닐까. <매트릭스 4>의 메가폰은 시리즈를 탄생시킨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다시 맡았다. 아예 매트릭스 세계관을 창조한 장본인인 만큼 영화를 이어갈 감독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도 그녀일 것이다. 그러나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 연출한 <스피드 레이서>, <주피터 어센딩>이 혹평 세례를 받았다는 점에서 ‘용두사미’에 대한 불안도 떨칠 수 없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워쇼스키 자매가 과거 몇 차례 “<매트릭스 4>는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완고했던 결심을 번복할 만큼 좋은 아이디어, 각본이 나왔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이번 영화의 감독은 늘 공동 연출을 맡았던 워쇼스키 자매 중 라나 한 사람이다. 동생 릴리 워쇼스키는 2015년 성전환 수술 이후 작품 활동을 쉬고 있다. 때문에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했던 TV 시리즈 <센스 8>도 시즌 2는 라나가 혼자 감독을 맡았다. 두 사람 몫을 한 사람이 짊어짐으로 <매트릭스 4>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그녀가 홀로 연출한 <센스 8> 시즌 2가 시즌 1을 뛰어넘는 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업무 분할에 따른 완성도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또한 <매트릭스 4>의 각본가로는 <센스 8>의 시나리오를 함께 작성했던 데이비드 미첼, 알렉산더 히먼도 활약한다.(그들은 앞서 언급한 <스피드 레이서>, <주피터 어센딩>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원년 배우들의 귀환
라나 워쇼스키 감독과 함께 원년 시리즈의 배우들도 출연을 확정했다. 주인공 네오를 연기했던 키아누 리브스, 그의 연인이자 동료 트리니티를 연기했던 캐리 앤 모스, 그리고 조연이었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나오베 역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다. 네오, 트리니티와 함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시번의 출연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마리 앨리스(오라클 역), 클레이튼 왓슨(키드 역) 등의 캐스팅 소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매트릭스 내에서만 존재했던 캐릭터들은 오라클처럼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이 가능함으로 다른 배우들로 대체될 수도 있겠다. 한편 현재 키아누 리브스는 본격적인 촬영 시작에 앞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뉴페이스
새롭게 합류하는 ‘뉴페이스’ 배우들도 있다. <아쿠아맨>에서 빌런 블랙 만타를 연기했던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해롤드와 쿠마>, TV 시리즈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등으로 활약한 닐 패트릭 해리스, TV 시리즈 <글리>로 얼굴을 알린 후 디즈니의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크리스토프의 목소리를 연기한 조나단 그로프 등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TV 시리즈 <아이언 피스트>,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싱가포르계 영국 배우 제시카 헨윅과 <센스 8>으로 워쇼스키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토비 온우메어도 출연한다.
그중 현재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역할. 아직 제작사 측의 공식적인 표명은 없었지만 <스크린랜트>, <CBR> 등 여러 외신에서는 그가 모피어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그의 캐스팅을 최초 보도한 <버라이어티>는 “<매트릭스 4>에는 어린 모피어스가 등장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모피어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타임라인 & 스토리라인 추측
영화의 핵심이자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매트릭스 4>의 줄거리는 안타깝게도 철저히 베일에 싸인 상황이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매트릭스 4>는 리부트가 아닌 속편 영화라는 점. 이를 통해 전사를 이야기하는 프리퀄, 후일담을 그리는 시퀄 등으로 사건이 전개될 예정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네오가 매트릭스 세계에서 깨어나 진짜 세계를 마주하는 부분이 1편에서 등장했으니, 네오 시점에서의 프리퀄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계들과의 전쟁이 일단락된 3편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예상도 적지않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점은 출연이 확정된 네오, 트리니티가 3편에서 모두 사망했다는 것. 시퀄이 된다면 과연 어떤 형태로 죽은 이들을 살려낼지도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예상이 나오고 있는 타임라인은 프리퀄도, 시퀄도 아닌 여러 시간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영화다. 마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사망했던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귀환시켰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이 가설은 앞서 말했던 야히아 압둘 2세의 어린 날의 모피어스 연기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3편 이후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모피어스만 젊어지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시퀄의 형태를 가져가되 ‘네오가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기고 떠난다(그가 원년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키드다)’는 설정 등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불가능한 것이 없는 가상현실 ‘매트릭스’를 다룬 만큼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스토리라인, 타임라인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또한 <매트릭스 4>에 대한 여러 소문이 떠돌 당시인 2011년, 키아누 리브스는 인터뷰를 통해 “워쇼스키 감독과 만나 두 개의 <매트릭스> 후속편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매트릭스 4>의 제작이 확정된 현재 <매트릭스 5>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2개의 영화가 제작될 가능성도 있겠다.
개봉 예정일
과연 <매트릭스 4>의 실체는 언제 확인할 수 있을까. 점점 뚜렷한 윤곽이 잡히겠지만, 늘 관객들의 뒤통수(?)를 노려온 할리우드를 믿을 순 없다. 결국 완벽한 진상은 스크린에서야 볼 수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 4> 제작진은 개봉 예정일을 2021년 5월21일로 설정, 촬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년 넘게 제작 루머가 나돌았던 것에 반하는 빠른 속도다. 현재 각본을 완성, 스태프 모집과 캐스팅을 완성하고 있다. 촬영은 올해 상반기에 시작할 예정으로 여러 외신들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즈음에는 1차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될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