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감독은 1995년에 데뷔작을 만들었다. 감독은 나이가 들었고 그보다 열 몇살 어린 나도 나이를 먹었다. 2019년 12월 어느 저녁, 사무실에서 저녁을 먹고 감독의 최신 작품을 보았다.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가 주연한 가족영화- 의 탈을 쓴 다 큰 어른들의 성장영화- 로 제목은 <결혼 이야기>였다.
아내와 남편은 각각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상징한다. 그들은 모두 재능이 넘치고, 타이밍은 맞지 않았으며,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관심 없는 것에 금세 질리는 아이가 글자를 조금씩 더 읽게 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성장한 어른들 역시 조금씩 더 살아가는 것과 지나가는 것을 알고, 또 이야기할 줄 알게된다. 결혼이라는 미끼(?)로 이혼을 다루면서,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새로운 경험이란 어떤 식으로든 깊게 남는다는 말을 건넨다.
노장 영화음악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랜디 뉴먼은 <결혼 이야기>에서 그 잔상을 음악 속에 훌륭하게 불어넣었다.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흐르는 음악 덕분에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마저 종종 잊었다. 클라이맥스에서 애덤 드라이버가 홀로 부르는 노랫말은 삶이란 답이 정해진 문제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습고도 슬프게 증언한다. 영화 속 음악은 홀로 빛나지 않았으나, 뜨거운 커피에 차오르는 우유처럼 현실의 삶 중간에 문득 몇번인가 생각이 났다. 결국 영화음악을 즐겨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