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 작은 모험이라도 떠나서 궁 밖의 세상을 배우고 싶다
2020-02-05
글 : 이나경 (객원기자)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는 세계적인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추후 오페라로 제작되기도 했다)를 원작으로 한 우크라이나 애니메이션이다. ‘공주는 보살핌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관념을 가진 왕 때문에 궁에 갇혀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밀라(사문영). 다음날까지 신랑감을 데려오지 않으면 왕의 이름으로 결혼 상대를 확정짓겠다는 아버지의 명령에 탈출을 강행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악당들에게 쫓기고, 우여곡절 끝에 공주는 기사인 척하는 거리의 배우 루슬란(남도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런 순간도 잠시, 사악한 마법사 체르노머(홍진욱)가 회오리바람으로 변신해 밀라를 납치해버리고, 그를 구하기 위한 루슬란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큰 틀에서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하기 위한 왕자의 모험담’이라는 일반적인 고전 서사를 따르는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호받지 않아도 스스로 돌볼 수 있으며, 작은 모험이라도 떠나서 궁 밖의 세상을 배우고 싶다”며 아버지에게 소리치던 밀라는 체르노머의 성에 갇혀 있을 때도 기지를 발휘한다. 고전 속 공주의 정형성과 수동성에서 벗어나 진취적으로 행동하는 밀라의 모습 자체가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의 가장 큰 성취다. 또한 뮤지컬 배우이자 부부인 김소현과 손준호가 영화의 주제곡 <Shout It Out>을 부르는데, 밀라와 루슬란의 작화에 두 사람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이 더해지며 영화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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