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의 작은 마을 하이베리. 21살의 부유하고 예쁘고 영리한 독신주의자 엠마 우드하우스(애니아 테일러조이)는 주변 사람들의 중매 성사로 무료한 일상을 보상받으려 한다. 가정교사 테일러를 이웃의 웨스턴과 중매해 결혼에 이르자, 이번에는 그녀를 따르는 친구 해리엇(미아 고스)을 교구 목사 엘튼(조시 오코너)과 결혼시켜 친구의 신분을 상승시켜주려한다. 하지만 엘튼은 엠마에게 청혼하고 해리엇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엠마의 행동은 오히려 해리엇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엠마의 곁에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조지 나이틀리(조니 플린)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충고하지만 엠마는 도리어 그를 비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제인과 프랭크 처칠(캘럼 터너)이 오고, 결혼한 아내와 함께 엘튼까지 등장하면서 이들과 엠마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당시 영국 상류층 사회의 분위기와 여성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사진작가이자 뮤직비디오 제작자다. <엠마>는 그녀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감독은 전형적인 이야기에 새로움을 주는 대신 장면의 디테일에 집중한다. 장면 하나하나는 마치 한장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계절의 멋진 풍경, 아름다운 저택, 등장인물이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보여준다. 또한 장면이 전환될 때 나오는 합창곡과 기숙학교 여학생들이 빨간색 외투를 입고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감독의 정교한 촬영과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엠마의 연기에 비해 그녀의 감정 변화와 등장인물의 심리가 조금 더 깊이 있게 드러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