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DC 코믹스를 인수한다? 코믹스 전문 블로그 매체 <코믹북 뉴스>, 디즈니 팬덤 커뮤니티
소문의 발단은 DC 코믹스의 공동 발행인이었던 댄 디디오의 해임 건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DC 세계관을 뒤엎고 보다 현대적인 모습의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5세대 리부트’를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DC 코믹스의 모기업인 AT&T는 부진한 코믹스의 판매를 메우는 장난감, 프로모션 이벤트 등이 고전적인 캐릭터들에 바탕을 두었다는 이유로 5세대 리부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댄 디디오는 2월 22일 갑작스레 DC 코믹스의 발행인 직에서 물러났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믹북 뉴스> 등은 그간의 DC 영화들의 흥행 부진과 5세대 리부트에 관한 의견 충돌을 그 원인으로 추측했다.
DC 코믹스에서 <플래시>, <그린랜턴> 등의 작화를 맡은 이단 벤스카이버는 2019년 9월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AT&T가 DC 코믹스를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디디오의 해임과 함께 이 발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DC 코믹스는 1960년 이후로 마블 코믹스에 밀려 판매 부수, 시장점유율 등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1980년대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마블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000년대에 들어 그 격차가 줄기는 했지만, DC 코믹스는 여전히 시장점유율에서 10%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마블에 뒤처지고 있다.
영화화도 마블이 시장 점유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블의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점점 그 세계관을 확장, 두터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DCEU(DC Extended Universe)는 부족한 개연성과 기존의 캐릭터성 붕괴 등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2019년 9월 <스파이더맨>이 소니와의 판권 문제에 휩싸였을 때도 마블은 협약을 통해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속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존속을 이뤄냈다. 이러한 마블의 안정적인 운영이 DC를 새롭게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댄 디디오와 함께 DC 코믹스의 공동 발행인을 역임하고, 현재는 단독 발행인이 된 짐 리는 지난 2월29일(현지 시간) 시카고 코믹&엔터테인먼트 엑스포에서 마블의 DC 코믹스 인수 루머를 일축했다. 그는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다. DC 코믹스는 85년 동안 존재해왔다. 향후 85년도 지금의 모습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마블과 DC 속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모든 것은 DC 코믹스의 모기업인 AT&T에게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코믹스의 경우는 AT&T 자체적으로 마블 엔터테인먼트(혹은 디즈니)에 DC 코믹스를 넘길 수도 있겠으나, 영화는 DC 코믹스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는 워너브너더스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워너브러더스 역시 AT&T의 자회사다. AT&T의 판단에 따라 코믹스만 마블에 넘어갈 수도, 코믹스와 영화화 모두가 넘어갈 수도, 혹은 코믹스를 포함해 DCEU만 마블에 넘기고 <조커>처럼 DCEU와 분리하는 작품들은 그대로 워너브러더스에서 맡는 것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얽히고설킨 기업 간의 관계인 만큼 그 협상에 대한 경우의 수도 무수히 많다. 마블의 DC 코믹스 인수, MCU와 DCEU의 결합 등도 그 여러 갈래 중 하나다.
짐 리의 말대로 아직까지 마블의 DC 인수는 루머에 불과하지만, DC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루머는 계속 생산될 것 같다. 코믹스는 2016년 이후 세계관을 재정립한 ‘DC 유니버스’의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 영화화에 있어서는 <원더 우먼 1984>, <수어사이드 스쿼드 2> 등 다가올 여러 DCEU 영화와 독자적인 노선을 타는 맷 리브스의 <더 배트맨> 같은 솔로 무비가 뚜렷한 성과를 낼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