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뭐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르겠어요. <씨네21>이 취재 좀 제대로 해주세요.” 지난해 연말 영화인들과 함께한 각종 송년 모임에서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뭐가 어떻게 될지’라는 표현에는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역대 최다 관객과 5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한 2019년 한국영화계는 찬란한 기록 이면에 양극화와 독과점이라는 문제를 남겼다. 영화를 상영할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투자를 하기도 받기도 힘든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수많은 영화 제작자와 창작자들이 방송국, OTT 플랫폼과 손잡고 새로운 협업의 방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김우택 회장, 장경익 대표가 제작에 참여한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선발 주자였다면, 2020년에는 매체를 넘나드는 협업의 방식이 더욱 다각화되고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거라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예상이었다. 이러한 짐작은 연초부터 분명하고 뚜렷하게 현실이 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씨네21> 1241호 표지를 장식했던 드라마 <방법>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으며, 1245호에서 기획기사로 소개한 <킹덤> 시즌2는 김성훈 감독 외에 박인제 감독이 새롭게 합류한 드라마였다. 이번호 표지를 장식한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제작한 첫 드라마다. 이처럼 수많은 크로스오버의 사례들을 체감하며 우리는 앞으로 한국영화계에 무슨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1246호, 1247호에 소개할 ‘콘텐츠 춘추전국시대’ 연속 특집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 기획하게 됐다. 첫쨋주 특집에서는 ‘플랫폼 전쟁’을 다룬다. 미디어업계의 변화를 이끈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부터 통신사와 방송사의 연합으로 파란을 일으킨 웨이브를 비롯한 시즌, 왓챠플레이, 티빙 등의 OTT 플랫폼이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과 대중의 콘텐츠 관람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놓는지를 소개한다. 임수연 기자가 연초부터 OTT 업계 관계자들을 꼼꼼히 취재하며 준비한 이번 특집에는 관계자들이 직접 전하는 각 플랫폼의 특성과 업계 동향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극장 대신 OTT 플랫폼에 새롭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독자라면 김소미 기자가 정리한 지형도와 남선우 기자가 추천하는 OTT 플랫폼 구독 조합 기사를 눈여겨 읽길 권한다. 다음주 특집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카카오M 등의 거대 제작사가 콘텐츠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극장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영상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영화계 관계자들의 암중모색이 202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p.s. 김혜리 기자가 개인 사정으로 ‘영화의 일기’ 칼럼을 6개월간 휴재한다. 다정하고 사려깊게 영화에 대한 애정을 피력해왔던 김혜리 기자의 미문을 당분간 지면에서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때로는 영화보다 삶이 중요한 순간도 있다. 김혜리 기자의 나날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