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언 오피서 앤드 어 스파이>(J’accuse)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수상했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지탄받아온 그의 수상은 논란이 되고 있다. 로만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에서 13살 여아에 대한 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를 인정했고, 미국을 떠나 40여년간 유럽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미투 운동 물결에 더불어 2018년 미국 아카데미협회에서 제명된 것과 달리 올해 세자르영화제에선 12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프랑스영화 팬들을 비롯한 각종 단체가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이에 시상식 위원회 전원이 사퇴하는 등 수상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폴란스키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배우 아델 에넬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자리를 떴다.
이번 세자르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포함해 각색상과 의상상을 받은 <언 오피서 앤드 어 스파이>는 드레퓌스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필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반역자의 누명을 쓴 포병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진상을 은폐한 군에 의해 반유대주의의 희생양으로 기억되고 있다. 부당한 누명의 대명사로 각인된 드레퓌스 사건을 빌려 폴란스키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올해 세자르영화제 작품상은 래드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에 돌아갔다. <레미제라블>은 이외에도 신인남우상과 편집상, 관객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