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고, 오사카만국박람회를 앞둔 1969년, 재일동포 용길(김상호) 가족은 간사이공항 근처에 위치한 한인 집단 거주지에서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이름의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왼팔을 잃은 용길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시즈카(마키 요코), 둘째 딸 리카(이노우에 마오), 지금의 아내 영순(이정은)이 데려온 셋째 딸 미카(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영순 사이에서 낳은 아들 도키오를 부양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들은 각자의 사연과 고민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 지뢰를 밟아 절름발이가 된 시즈카는 한국에서 건너 온 남자와 교제하기 시작한다. 리카는 남편인 데쓰오가 일을 구하려 하지 않아 속상해한다. 클럽 가수가 꿈인 미카는 클럽에서 함께 일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일본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 도키오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영순은 용길에게 도키오를 “조선학교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만 용길은 “전학을 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야 한다”고 냉정하게 대답한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일본 고도 경제성장 이면에 자리한 재일조선인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펼쳐낸 작품이다. 좁은 가게 안에서 가족끼리 지지고 볶는 게 그들의 일상인데 그 풍경이 지긋지긋해 보이면서도 정겹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본 사회는 소수자인 그들에겐 높은 벽이다. 교육 문제, 집단 거주지 강제 철거 같은 차별 문제에 맞서 싸워야 하는 재일조선인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배우 김상호는 어려운 시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고, 가족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는 아버지 용길을 인상적으로 연기한다. <용길이네 곱창집>은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2004)의 각본을 쓴 정의신 감독이 2008년 한국과 일본 양국 무대에 올린 동명의 연극을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