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를 꿈꾸는 카페 알바생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는 엄마(전미선)를 돌보느라 온전한 개인 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다. 유달리 까칠한 성품과 다혈질의 소유자인 사장 승재(성훈)는 그런 소정이 마뜩잖은데, 소정은 번번이 혼나고 구박당하면서도 남몰래 승재에 대한 짝사랑을 품는다. 어느 늦은 밤, 가게에 홀로 남은 소정에게 묘령의 노인이 찾아와 사랑에 관한 조언을 들려줄 것이라며 책 한권을 남기고, 이를 계기로 소정은 마술적 예언에 휩싸이게 된다. 사랑에 관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책을 아무렇게나 펼치면, 그 페이지에 담긴 내용이 곧 현실이 된다는 설정이다.
카페 오너와 알바생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묘사하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하나부터 열까지, 순정만화의 접근법 그대로다. 배우 김소은과 성훈의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목적에 딱 맞는 영리한 선택이 됐다. 달리 말하면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전반적으로 기시감을 떨치기 쉽지 않은 만듦새와 스토리의 결합으로 보이기도 한다. 불행하지만 밝고 유순한 여자가 무뚝뚝하고 유능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의심 없이 화사한 화면 위로 펼쳐지며, 대개 두루뭉술한 긍정과 다정함으로 귀결된다. 예언대로 남자들이 줄지어 소정에게 고백 세례를 펼치거나 차가운 승재의 캐릭터가 변화하는 모습, 소정과 엄마의 뭉클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 등이 코미디와 신파를 오가며 친근한 정서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