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레니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
2020-03-24
글 : 이나경 (객원기자)

평화로워 보이는 플리머스섬, 세레니티호의 선장 딜(매튜 매커너헤이)의 정신은 온통 전설의 참치 낚시에 팔려 있다. 벌이가 녹록지 않아 낚싯바늘과 미끼를 외상 지는 신세임에도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배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동료 듀크(자이먼 운수)와 참치를 낚으려 시도한 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번번이 놓치고 만다. 어느 날 이혼한 전 부인 캐런(앤 해서웨이)이 찾아오고, 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딜과 캐런의 아들 패트릭은 문을 걸어 잠근 방 안에서 밤낮없이 게임만 하고, 재혼한 남편 프랭크(제이슨 클라크)의 폭력이 심해져 버틸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캐런은 딜에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한다. 자신들의 탈출구가 되어준다면 천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것. 단호하게 내치려는 딜이지만, 이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여기에 낚시회사 직원이라 자신을 칭하는 낯선 이의 등장까지 겹치는데, 그가 쏟아낸 이야기에 딜의 혼란은 가중된다. 결국 캐런이 제안한 결전의 날이 밝아오고, 모든 것은 딜의 손에 달려 있다. <세레니티>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하지만 부조화와 허점 가득한 스토리라인과 단조로운 전개에 영화의 호흡은 늘어지고,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지루함이 커져 아쉽기만 하다. 심연의 세계를 다루며 삶의 본질, 인간의 실존 등에 대해 꽤 철학적인 물음을 품지만, 빈곤한 서사와 일차원적인 캐릭터 표현 등으로 이 역시 유효성을 잃고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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