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샤이닝>의 음악을 만든 폴란드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3월 29일 타계했다. 86살에 고향 크라쿠프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몹시 슬프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 중 한명이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이자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던 조니 그린우드 음악감독도 그를 추모했다. “펜데레츠키는 가장 위대하고, 지독하게 창의적인 작곡가였다. 그러면서도 온화하고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이었다. 펜데레츠키를 잃은 건 음악계에 있어 거대한 상실이다. 그의 가족들과 조국 폴란드에 애도를 표한다.”
20세기 가장 진보적인 음악으로 평가받는 펜데레츠키의 음악은 시각적으로 대담한 실험을 했던 영화에서 특히 진가를 발했다. 그의 음악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1973),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1990), <인랜드 엠파이어>(2006)와 드라마 <트윈 픽스: 더 리턴>(2017), 피터 위어의 <공포탈출>(1993),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2007), 마틴 스코시즈의 <셔터 아일랜드>(2010)에 수록되었다. 특히 현악기만으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펜데레츠키의 초기작 <다형성>(Polymorphia)은 <엑소시스트>와 <샤이닝>에 수록된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올린 24개에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각각 8개씩 더해 총 48개의 현악기를 뜯고 튕기면서 불균질한 질감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또 악기의 나무 몸통을 빠르게 두드리는 주법을 선보이며 나뭇가지들이 몸을 할퀴는데도 무언가에 쫓겨 도망치는 것처럼 긴박한 느낌을 준다. 그가 28살이었던 1961년에 발표됐으며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방가르드의 참신함, 그 실험성과 형식적인 억측은 건설적이기보다 파괴적이란 사실을 나는 빨리 깨달았다”라고 밝힌 그는 60년대 행했던 음악적 실험에 작별을 고하고 이후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으로 돌아갔다.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전통적인 교향곡과 협주곡, 종교음악을 작곡하고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