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 오로지 한길만
2020-04-07
글 : 배동미
사진 : 최성열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코믹캐’ 최승권이 아닌 줄 알았다. 생애 처음으로 클럽에 간 승권의 표정과 몸짓은 분위기에 맞지 않아 웃겼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직접 만난 류경수는 그와 딴판이었다. 깊고 낮은 음성은 차분했고 연기에 대해 말할 땐 신중하고 느린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독립·단편영화부터 시작해 장편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출연한 영화만 18편이라고 하니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연기에만 매진한 세월이 느껴졌다.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했는데 최승권으로부터 빠져나왔나.

=이 드라마를 준비할 때 최승권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승권이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건 나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그처럼 클럽을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웃음) 시간을 두고 일상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역할과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15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와 연극을 보면 배우들의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중학교 2학년 겨울에 연기학원을 다녀보고 싶다 했더니 부모님이 “그래라”라고 하셨다.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본, 여의도에 있는 연기학원을 다녔다. 일요일마다 6시간씩 연기를 배웠다. 그러다가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2007)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출연배우가 못하게 되어서 다급하게 오디션을 보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연기를 배우러 다닌 지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카메라가 그렇게 큰지도 몰랐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다. 실수하지 않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늘 하나라도 더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질문하고 따로 숙제를 내달라고 하는 학생이었다.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포함해서 18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배우로서 흔들린 순간은 없었나.

=주변으로부터 “넌 마흔은 되어야 한다. 넌 일찍 좋은 배역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상관없습니다. 늦게라도 배우를 할 수 있으면 돼요”라고 대답했다. 계속 연기하며 살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가졌던 신념이다.

-‘내 인생의 박새로이’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문들을 꼽았다.

=박새로이(박서준)가 마현이(이주영)의 요리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월급 두배로 넣었어”라고 말한 것처럼 친구들이 한방이 있는 건 아니다. (웃음) 친한 몇명의 동문들과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열심히 해서 나중에 좋은 배우가 되어도 힘들었던 이 시절들을 잊지 말자”라고 서로 응원한 게 도움이 컸다.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는데 내가 배우를 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하면 “무조건 할 수 있어. 무조건 돼. 절대 이 끈을 놓지 말자”고 늘 북돋워줬다. 남들은 오글거린다고 하겠지만 서로를 향한 기대와 응원이었다.

-SNS를 보니 칸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사진이 많다.

=출연한 단편영화 <시계>가 2018년 칸국제영화제비경쟁부문에 진출해 마켓에 갔다. 소식을 알렸더니 중앙대 선배인 류덕환 배우가 “오 그러냐, 축하해. 근데 칸에 가야 하는 거 아냐?”라고 물었다.“가긴 뭘 가요”라고 했는데 며칠이 지난 뒤 류덕환 선배가 전화를 걸어와 “야, 비행기푯값 줄 테니 무조건 가. 가서 많이 보고 많이 즐기다 와”라며 비행기표를 사주었다. 27살, 소속사도 없이 계속 오디션 보러 다닐 때 일이다. 칸에 가서 영화는 한편도 못 봤지만 신기했고 꼭 좋은 배우가 되어서 좋은 작품으로 다시 오자고 마음먹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내면도 그렇지만 겉모습도 변할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 필요하다면 엄청나게 살을 찌워서 큰 몸집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머리를 밀거나 탈색할 수도 있다. 대중이 나에 대해‘쟨 연기가 다 똑같다’가 아니라 ‘변화를 계속 시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너무 당연한 거다.

영화

2019 <항거: 유관순 이야기> 2019 <박동혁, 동철> 2018 <대무가> 2018 <대풍감> 2018 <한낮의 피크닉> 2018 <사자> 2018 <우리 지금 만나> 2018 <뺑반> 2018 <공회전> 2018 <동아> 2017 <청년경찰> 2017 <캔디드 샷> 2016 <새벽은 짧다> 2016 <선생양반> 2016 <아기와 나> 2014 <미드나잇 썬> 2010 <명왕성> 2010 <문수씨의 좁은 문>

TV

2020 <이태원 클라쓰> 2019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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