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연타다. <이태원 클라쓰>의 후속으로 방영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4화 만에 전국시청률 13%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JT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2주차 시청률이다.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BBC One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부부의 세계>는 남편(박해준)의 불륜으로 평온했던 인생이 뒤틀리고, 복수를 계획하는 아내(김희애)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 화 1시간 15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고수했지만 현재 <부부의 세계>는 높은 몰입도로 시청자들의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이런 <부부의 세계>의 중심에는 주인공 지선우를 연기한 김희애가 있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40편의 영화, 드라마로 활약한 그는 <부부의 세계>에서 배신감, 슬픔, 분노, 굴욕감 등 만감에 휩싸이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모습을 심도 있게 담아낸다. 전작인 <내 남자의 아내>, <아내의 자격>, <밀회>에서는 불륜 당사자를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입장을 180도 바꾸어 색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원작을 제작한 BBC One은 <부부의 세계>를 보고 “이 작품의 성공은 김희애의 캐스팅에 있는 듯하다. 냉담함과 따뜻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김희애는 수많은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는 작품 속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종종 놀라움을 샀다. 그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배우’라는 수식어를 떼고도 넘치도록 매력적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부부의 세계>로 돌아와 여전한 위상을 뽐내고 있는 김희애의 작품 밖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매끄러운 진행 능력
CF 모델로 경력을 시작한 김희애는 영화 <스무해 첫째날>(1983)로 데뷔해 일일드라마 <여심>(1986)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1986년부터 2년간 라디오 <김희애의 FM 인기가요> DJ로 활약했다. 1990년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본격적인 성공 가도에 오른 뒤에는 이덕화와 함께 음악 방송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공동 MC를 맡았다. 이후 라디오 DJ, 방송 프로그램 MC로 쌓은 진행 능력을 살려 종종 <대학가요제>, <가요무대>의 진행자로 나섰다. 2018년 <허스토리> 개봉 당시에는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해 30여 년 전 라디오 DJ를 맡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또한 1990년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날마다 방영되고 있는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에서 25년째 진행을 맡아오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김희애는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뿐 아니라, 직접 부른 노래로 <가요톱텐>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는 1987년 KBS의 라디오 MC, DJ 13인이 가창을 맡은 <우리 노래 어때요>음반에 참여했다. 김희애가 부른 곡은 전영록이 작사, 작곡을 맡은 ‘나를 잊지 말아요’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김희애의 청량한 목소리가 더해진 노래는 큰 인기를 끌며 <가요톱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나를 잊지 말아요’는 2012년 전영록 30주년 헌정 앨범 <전설>에서 가수 박정현이 리메이크하는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로 남았다.
‘나를 잊지 말아요’ 이후에도 김희애는 영화 <쎄시봉>의 O.S.T.에 참여해 트윈 폴리오의 ‘웨딩 케이크’,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직접 소화했다. 2016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는 ‘웨딩 싱어즈’ 특집으로 유재석, 이적과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윤수일의 ‘아파트’ 등을 열창하기도 했다.
패러디에서 한술 더!
여러 배우들의 명대사, 명장면은 개그맨들의 성대모사로 자주 활용된다. 김희애의 경우는 개그맨 김영철이 특유의 호흡과 표정을 종종 패러디했다. 김희애가 모델을 맡은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부터 드라마 <밀회>에서 등장한 “특급 칭찬이야”까지. 김영철은 김희애의 명대사들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믹하게 모사했다. 그리고 2014년, <무한도전>에 김영철과 김희애가 동반 출연하며 이를 함께 재현하는 명장면이 탄생했다. 당사자 앞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성대모사를 하는 김영철과 이를 바라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김희애의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김희애는 김영철과 함께 과장된 표정으로 스스로의 명대사를 하는 재치 있는 예능감을 보여줬다.
세상 힙한 김희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불한당원’, <아수라>의 ‘아수리언’ 등 마치 아이돌 팬클럽처럼 참신한 팬덤명까지 보유한 영화들이 있다. 김희애가 주연을 맡은 <허스토리>도 그중 하나다. 관부재판(1992년~1998년 종군위안부 피해자 3인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 총 10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부 승소를 이끌어낸 소송) 실화를 그린 <허스토리>는 탄탄한 여성 서사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허스토리언’이라는 팬덤이 형성됐다. 덕분에 자체적으로 상영관을 대여해 영화를 단체관람하는 행사까지 개최됐다.
3차 단체관람 행사에서 김희애는 당당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허스토리> 속 문정숙의 캐릭터성을 그대로 유지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합성 같아 보이는 2D 픽셀 모양의, 일명 ‘떠그 라이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머니건으로 (가짜)돈다발을 뿌리며 영화 속 대사였던 “돈은 내 좋다고 따라다닙니더!”를 외치는 등 유쾌한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해당 행사 속 김희애의 모습은 인터넷상에서 ‘세상 힙한 김희애’라는 제목으로 화제가 됐다.
#혼술러 #소확행
마지막은 일상 속 김희애다. 그가 밝힌 스스로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규칙적인 삶’이다. 그는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재미없게 산다. 운동하고, 내 할 일 하고 그렇게 심플하게 생활한다. 요즘은 그리스식 음식을 해먹고 있다. 술도 좋아한다. 특히 혼술!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서 와인 한잔하며 넷플릭스를 보는데 정말 달콤하다. 그런 순간들을 가지면 ‘소확행’이 따로 없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희애는 영어 공부, 피아노 등을 꾸준히 독학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나 자신을 대단히 개선하기 위해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다. 그냥 하다 보니 삶이 행복해지는 걸 깨달았다. 할 일을 하는 게 지루할 것 같겠지만, 막상 하는 사람은 정말 재밌다.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