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굿캐스팅', 편견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2020-05-12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로열 워런트는 영국 왕실 납품 업체에 주어지는 품질 인증서다. 고층아파트에서 가장 살기좋은 층수도 로열층이라 부른다. ‘로열 또라이’도 있다. 교도소에 죄수 신분으로 잠입한 국가정보원 산업보안팀 소속 백찬미(최강희)가 그렇게 불린다. 내키는 대로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교도소 내 왕따 폭력 현장을 단신으로 제압한 찬미를 두고 죄수들은 ‘로또(로열 또라이)’라 부른다. 미치광이처럼 보여도 뭔가 다르다고 해서 ‘로열’이 붙었다.

SBS 드라마 <굿캐스팅>은 국정원 요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산업스파이를 잡으려 대기업에 위장취업한 세명의 여성 요원 이야기다. “실력도 최고, 똘끼도 최고”로 평가받는 찬미는 현장 경험이 전무한 IT 분야 특채 사원 임예은(유인영)과 국내 안보파트 24년차 베테랑이자 슬슬 ‘관절에 바람에 들기 시작’한 황미순(김지영)과 팀을 이루자니 걱정이 많다. 그런 찬미가 새벽 6시 특훈을 지시하자, 예은이 아이가 있어서 새벽은 곤란하다고 답하는 대목이 있었다.

혼자 잘난 찬미에게 싫은 소리를 듣겠다 싶어 한숨이 나올 찰나, 찬미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어려 보이는데 애가 있어? 그럼 저녁 6시.”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는 특성을 살리면서도 애 엄마는 안된다는 편견의 재생산에 가담하지 않는 찬미의 대사는 아줌마나 아기 엄마라는 신분과 호칭을 과업 수행에 필요한 능력치와 분리하는 사고를 보여준다. 로열 또라이라 불리는 이가 너무나 간단하고 산뜻하게 극의 관점을 업데이트한다. 덕분에 여성 캐릭터의 활약을 사회적 편견과 무시에 대한 반전으로 삼는 드라마들이 얼마나 많은 ‘민폐녀’와 그‘예외’를 갈랐는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몸 쓰는 일에 실수가 잦고 컴퓨터 분야가 특기인 예은 같은 인물을 ‘민폐’ 캐릭터의 반전으로 다루느냐, 특출한 장기가 있는 인물이 낯선 현장에서 겪는 해프닝으로 푸느냐의 차이는 제작진이 캐릭터의 출발선을 어디에 두는가에 닿아 있다. 애초 ‘미스캐스팅’이었다가 <굿캐스팅>으로 바뀐 제목의 의미를 다하기를 기대한다.

VIEWPOINT

공무원과 또라이

배우 최강희는 국가공무원 역과 인연이 깊다. MBC 드라마 <7급 공무원>에서는 방송국 시험과 출제 유형이 비슷한 국정원 시험에 먼저 합격했고 KBS 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선 명예 경찰로 제복을 입었다. <굿캐스팅>에서 얻은 ‘로열 또라이’라는 별명도 처음이 아니다.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성추행하는 사장(안내상)을 화장실로 뒤따라가 “운이 아주 좋아요. 사장님. 나는 반성하면 용서해주자는 주의거든요”라고할 때도 ‘또라이’ 소리를 들었다. 사장은 운을 살리지 못했고, 최강희는 그의 넥타이를 당겨 세면대 수도꼭지에 묶어버렸다. 해병대식 매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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