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영화평론상 접수 마감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평론상과 관련해 올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작품비평의 대상을 극장 개봉작에 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면을 빌려 답변을 드리자면 극장 개봉작과 더불어 2019년, 2020년 OTT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까지 범주를 넓혀 심사하려 한다. 영화평론상 공지를 처음으로 낸 3월 말에는 5월 무렵이면 극장 개봉하는 신작 영화의 편수가 예년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집계된 4월의 극장 관객수가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5월 개봉예정작들마저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지금은 ‘2019, 2020년 국내 극장 개봉작’으로 대상을 한정했던 기존 영화평론상 작품비평 공모 기준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원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린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다. 언제, 어디서 감염이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는 세계의 풍경은 위기의 일상화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와 달라진 게 있다면 하루빨리 현재의 위기가 종식되길 바라는 막연한 기대감보다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단호한 체념을 기반으로 미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진위에서도 얼마 전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극장 매출의 극적인 감소도 문제지만, 한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기까지 대략 2년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의 한국영화계가 마주한 제작 중단과 배급 일정 혼란은 1~2년 뒤까지 영화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유감스럽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보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위기를 직시하고 분석하며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1256호의 주제는 ‘뉴노멀’(New Normal)이다. 최근 미디어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표현이자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이 단어가 한국 영화산업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탐색해보자는 취지로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직격타를 맞은 극장부터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는 풍경까지 김성훈, 송경원, 이주현 기자가 두루 취재한 한국 영화산업 전반의 모습은 이미 산업 깊숙이 도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전세계 영화 현장이 셧다운된 상황에서도 방역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영화 현장의 현재를 조명한 기사는 세계 영화인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거라 자부한다. 이번 특집 기사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리라 예상되는 시점은 올해 여름이다. <영웅> <모가디슈> <반도> <승리호> 등의 대작들은 과연 얼어붙은 영화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올여름쯤이면 어떤 풍경이 한국영화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지 더욱 뚜렷하게 가시화될 거라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