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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 김응수 감독, "노무현에서 조국까지, 역사는 반복되며 정리된다"
2020-05-21
글 : 배동미
사진 : 백종헌

김응수 감독은 올해 봄부터 블로그(kimeungsu.blogspot.com)로 자신의 신작 영화를 관객에게 직접 홍보·배급한다. 보고자 하는 영화의 이름과 주문자의 이름을 쓴 메일을 받으면, 이틀 내로 영화의 디지털 파일을 보내는 방식이다.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온라인에서 직접 배급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배급 방식은 에세이영화, 시네마베리테, 경험영화의 영향 아래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장르에도 완벽히 속하지 않는 그의 영화 세계와 더 닮아 보인다. 5월에 공개한 신작 <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공무원 시험 준비생 전호식과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아들 노건호씨를 담은 영화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반성을 소박하게 얘기하는 대신 그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들이다. 극영화 <변호인>과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를 본 관객에게, 극영화, 다큐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제와 미술관을 통해 영화를 상영해온 김응수 감독의 시도는 어떻게 다가갈까. 노 전 대통령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푸티지에 내레이션과 자막이 더해진 두 작품은 그의 블로그 소개글에 따르면, “영화 장르 구분 없음”이다. 노 전 대통령 기일이 있는 5월, 그에 관한 두편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김응수 감독을 만나 함께 나눴던 대화를 전한다.

-<스크린 너머로>로 강릉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이후 어떻게 지냈나.

= 지난해 11월 강릉국제영화제에서 음악가 류한길의 즉흥연주와 함께 <스크린 너머로> 를 상영하는 시네라이브 행사가 있었다. 그다음 <흔들리는 카메라> <모호한 욕망의 대상> <마지막 풍경> 세 영화를 빠르게 완성했다(<마지막 풍경>은 4월 블로그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편집자). 모두 10년 된 푸티지로 만든 것이다. 열정적으로 찍어놓고 영화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렇게 영화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지난해 8월부터 터진 조국 전 장관 청문회와 그의 가족 수사를 보면서 마음에 격변과 동요가 일었다.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지켜보는 마음이 어떻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영화로 이어졌나.

=조 전 장관 가족 수사가 한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다가왔다. 10여년 전 노 전 대통령의 상황과 너무 유사한 상황과 흐름을 보면서, 이러다가 조 전 장관이 죽겠구나 싶었다. 주말이면 현재 살고 있는 충주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집회에 참여했다. 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 열린 ‘서초동 집회’부터 시작해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 집회’까지 참석했다. 11월에 왼쪽 다리에 대상포진이 왔고, 현재 나았지만 왼쪽 종아리에 흉터가 남았다. <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를 완성하게 된 건 그때 어떤 감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것이 그때 다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되면서 정리된다. 당시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왜 그랬고, 왜 그렇게 노 전 대통령에게 열광하고 왜 그렇게 노 전 대통령에게 무심했는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불명확했던 사건이 유사한 것이 반복됨으로 인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정리할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앞서 죽은 어떤 이는 유령으로 떠돌지 않고 비로소 레테의 강을 건널 수 있다.

-2018년 공개한 <초현실>과 <오, 사랑>은 세월호에 대한 영화였다. <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영화다.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한 사건을 두고 영화를 짝패로 만들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 우연이다. 하나만으로는 불완전했고 짝이 있어야 하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두 영화를 연달아 보면 하나일 때 부족했던 게 둘이 되며 보완된다. 두개를 하나로 만든다고 해서 완전해지지는 않는다. 기승전결을 만들어 한편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안 했다. 관객이 감상할 때는 <모호한 욕망의 대상>을 먼저 보고 <흔들리는 카메라>를 보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오, 사랑> <초현실>도 순서대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에 쓰인 쇤베르크와 바흐의 음악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격정적인 음악이 나왔다가 멈췄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긴장감이 느껴진다. 흐름과 정지만으로 이런 효과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영화는 박동이 먼저다. 이미지와 서사가 진행되면서 음악이 들어오는 방식이 있고, 마치 심장 박동처럼 느껴지는 음악을 먼저 깔고 이미지를 얹는 방식이 있다. <모호한 욕망의 대상>과 <흔들리는 카메라>는 음악이 먼저였다. 영화 사이사이와 단락과 단락이 끊어지는 부분을 음악으로 확 잡아채지 않으면 안됐다. 음악을 깔아놓고 음악적 리듬에 맞춰서 타이밍, 시간, 사이사이의 간격까지 편집했다.

-시네마베리테로 유명한 장 루슈 감독은 하마를 사냥하는 원주민을 담은 <하마사냥>을 찍은 뒤 현지인들에게 먼저 상영했는데, 그들로부터 하마를 수색해야 할 순간에 음악이 추가된 장면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받아들인 그는 음악을 제거한 뒤 영화를 완성했다. 노건호씨가 <흔들리는 카메라>를 보고 격정적인 음악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은희 학예연구사가 내 영화를 보면 가끔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 나는 다소 과해도 좋다고 말한다. 중간은 없다. 있으면 과한 것이고 없으면 심오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면, 나는 과한 것 속에서 책임을 지는 쪽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심오한 것 속에서 무책임성을 더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결국 선택해야 하는 것 속에서 받는 반대 급부가 있고 그건 감수해야 한다. 영화는 정확한 계획에 의해서 정확하게 찍혀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나에게 영화 만들기란, 감각으로 잡아챈 순간과 시간 속에 무엇이 있는가 들여다본뒤, 그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살피는 과정이다. 이는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가 어렵고 삶이 어렵다.

-<모호한 욕망의 대상>에서는 내레이션이 주가 되고 <흔들리는 카메라>는 내레이션 없이 자막만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영화적 표현법이 주가 되는 특정한 주기와 시기가 있다. 그러다가 다음으로 넘어가면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스크린 너머로>는 이미지만으로 만들었다. <우경>은 대사와 음악 없이 사람의 움직임만으로 만들어졌다. <과거는 낯선 나라다>는 인터뷰로만 이뤄져 있고, 인터뷰를 부드럽게 할 어떤 장치도 없이 90분이 흘러간다. 그런 경우도 있고 저런 경우도 있고, 영화마다 다 다르다. 찍힌 푸티지의 힘이 음악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그 자체로 불완전하지만 내버려둬야 하는 것인가는 오롯이 찍힌 푸티지 자체를 존중해 판단한다. 그리고 그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편집자나 감독 역할을 한다. 나는 찍을 때 거기에 있었고 의도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내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가이드만 해준다. 이번 두 영화에서 강렬한 음악이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음악을 통해서만 이 영화에 접속할 수 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강릉국제영화제에서 류한길이 <스크린 너머로>에 맞춰 퍼포먼스한 걸 촬영했다. <스크린 너머로>에 대한 씻김굿과 같아 좋았고, 영화로 만들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류한길의 노이즈 음악 자체가 강렬해서 다른 음악을 깔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직 가제지만 <강릉의 아침>이라고 제목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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