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이상 프랑스영화를 든든히 떠받쳤던 소중한 얼굴 미셸 피콜리가 지난 5월 12일 향년 94살로 별세했다. 피콜리는 장 뤽 고다르, 루이스 브뉘엘, 클로드 샤브롤, 클로드 소테 같은 거장들과 오랜 기간 협력하며 배우로 성장했고, 앨프리드 히치콕, 앙리 조르주 클루조, 자크 리베트, 코스타 가브라스, 루이 말, 난니 모레티, 레오스 카락스 등 무수히 많은 감독들과 작업하며 2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았고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았던 그의 영화 사랑은 노년에 이르러서까지 계속되었다.
미셸 피콜리는 1925년 프랑스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19살에 출연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벨맨>(1945)이 영화 데뷔작. <애련의 장미>(1956)로 루이스 브뉘엘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어느 하녀의 일기>(1964),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등 브뉘엘의 대표작에 꾸준히 출연하며 우정을 쌓았다. 브리지트 바르도와 부부로 출연한 장 뤽 고다르의 <경멸>(1963)은 피콜리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경멸>을 시작으로 피콜리의 1960~70년대 필모그래피는 유럽 거장들의 주요 작품들로 빼곡하게 채워졌고, 1980년엔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어둠 속의 도약>(1980)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영화 탄생 100년을 기념해 만든 <시몽 시네마의 101의 밤>(1995)에선 100살 먹은 노인 ‘시네마’(Monsieur Cinema)를 연기했는데, 아녜스 바르다가 영화사 100년을 상징하는 얼굴로 피콜리를 캐스팅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1990년대엔 직접 영화도 연출했다. 그의 첫 연출작 <사랑>(1997)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이후 <검은 해변>(2001),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2005)를 연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 <홀리 모터스>(2012)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