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침입자> 박경원 프로듀서 - ‘유동적인’ 집의 느낌을 담았다
2020-06-01
글 : 남선우
사진 : 백종헌

익숙한 것이 낯설어질 때 오는 긴장은 강력하다. 익숙함을 깨뜨리는 누군가가 친숙해야 할 가족이라면 당혹감은 보다 커지기 마련이다. <침입자>는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돌아오면서 가족들이 미묘하게 변해가자 신경이 점점 곤두서는 서진(김무열)의 시선을 따라간다. 박경원 프로듀서는 가까운 대상들이 낯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공간에 집중했다. 집이라는 편한 공간이 어떻게 불편해지는지를 그린 것이다. “카메라는 서진의 시점에서 움직이고, 공간은 유진에 의해 잠식되면서” 가구가 사라지고, 벽의 색이 달라지고, 조명이 조정된다. 박경원 프로듀서는 “분명 변했는데, 변한 것 같지 않은 느낌에서 오는 이질감”을 상상하며 내부를 유동적으로 꾸밀 수 있는 집안 세트를 꾸렸다. 그는 “조명팀, 미술팀, 소품팀이 특히 고생했다”며 “하루이틀 사이에 집안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던” 현장을 되새겼다. 후반부에 인물의 비밀이 벗겨지며 나오는 특별한 공간 또한 “예산 안에서 최대의 보조출연자를 섭외해 비주얼과 상황에 있어서 압도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손원평 감독과 이야기한 ‘장악’ 이라는 키워드” 를 살리고자 힘쓴 박경원 프로듀서는 KBS <독립영화관> 조연출 출신이다. 그는 친구들과 단편 작업을 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우던 때부터 “가난한 영화 일은 하지 않겠다” 는 심정으로 방송인의 길을 택했다. 영화 현장에 발들인 것도 방송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시나리오와 콘티 회의를 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고, 준비하던 작품이 엎어지면서 오기가 생겼다”. 한편만 더 해보자고 뛰어든 것이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명필름에서 배운 게 많다”는 박경원 프로듀서는 이 작품 이후 “처음으로 영화를 계속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10년 이상 제작부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이제 드림원픽쳐스라는 제작사를 차려 새로운 발돋움도 꾀하고있다. 박경원 프로듀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표준근로계약 등의 정책이 영화 현장에 자리 잡은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만큼, 고용 형태에 따른 입장 충돌과 상처를 줄일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다”는 그를 응원한다.

That's it

손목시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작업시간을 정확히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장에서 스탭들이 시간을 확인하라고 손목을 툭툭 두들기는 제스처를 많이 하는데, 그럴 때 진짜 손목을 보라고 <침입자> 분장실장이 선물한 시계다. 촬영이 끝나고도 계속 차고 다닌다.”

Filmography

프로듀서 2020 <침입자> 2018 <병훈의 하루>(단편) 2014 <민우씨 오는 날>(단편)

라인프로듀서 2012 <점쟁이들> 제작팀장 2011 <마이웨이> 2009 <평행이론> 2009 <파주>

제작부 2008 <고고70> 2008 <걸스카우트> 200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작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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