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2014년 비가 “지금 어디야 XX놈아 내 전화 빨리 받아라/ 지금부터 내 여자한테 전화하면 죽는다”(<차에 타봐>)라는 노래를 당황스러울 만큼 감미로운 창법으로 불렀을 때? 2017년 “15년을 뛰어/ 모두가 인정해 내 몸의 가치/ 허나, 자만하지 않지/ 매 순간 열심히 첫 무대와 같이/ 타고난 이 멋이 어디가/ 30 sexy 오빠”(<깡>)라고 자랑하며 자만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을 때? 2018년 주연을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둘러싼 여러 해프닝 및 흥행 실패로 ‘1UBD(엄복동)=17만(총관객수)’이라는 단위가 자리 잡았을 때? 아니면… 6개월 전 유튜버 ‘호박전시현’이 “1일 1깡 여고생의 깡”이라는 제목으로 근육을 형상화한 상의에 체육복 바지 입고 교탁 옆에서 춤추는 영상(누적 조회수 327만)을 올렸을 때?
한 시대를 가진 적이 있으나 어느 순간부터 안타까운 선택을 거듭하며 조롱거리가 된 비를 위해 한 팬이 작성한 ‘시무 20조’는 “재간둥이(꾸러기) 표정 금지”로 시작해 “꼬만춤(사타구니를 손으로 잡는 춤) 금지”를 거쳐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지인들 옆에 두기”로 끝난다. 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행동 대부분을 뜯어말리는 것이기에 너무한가 싶지만, 이 20조를 한줄 요약하면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자아도취 금지”라는 면에서 유의미한 조언이다. 유튜브의 <깡> 뮤직비디오에 매일 출석해 댓글을 다는 ‘1일 1깡’ 놀이는 통계청 공식 계정까지 가세하며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남성 연예인의 우스꽝스러운 실패나 시행착오는 장기적으로 추억이 되고 밈이 되고 자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 역시 <깡>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자신을 놀리는 문화까지 웃어넘기며 ‘대인배’ 이미지를 획득했고, 방송 1주일 만에 <깡>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300만가량 올라 1천만을 돌파했다. “이러다 새우깡 광고 찍겠는데?”라는 유재석의 농담도 언제 현실이 될지 모른다.
VIEWPOINT
깡의 전설이 시작된 ‘숨듣명’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는 5월 초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총회’를 열고 <깡>과 유키스의 <시끄러>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밖에선 아는 척도 안 하지만 집에서 숨어 한번쯤 따라 춘 춤은?”)을 펼친 바 있다. <문명특급>의 MC 재재는 비의 공식 팬클럽인 구름 4기 회원이자 비의 안무는 물론 꾸러기 표정까지 완벽히 오마주할 만큼 진정성 있는 ‘깡팸’으로 비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비가 2020년을 진정 ‘1일 7깡의 해’로 만들고 싶다면 <문명특급>에서 호박전시현과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며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