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Music]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음악 - 애비 퀸<Knew You For A Moment>('애프터 웨딩 인 뉴욕' O.S.T)
2020-06-04
글 : 최다은 (SBS 라디오 PD)

“대본을 읽으면서 떠오른 음악들을 5곡으로 추린 후, 하염없이 들으며 걷는다. 그러는 동안 천천히 시나리오 속 인물이 어떤 신발을 신고, 어떤 걸음걸이를 가졌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상상한다. 이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나만의 방법으로, 내가 느끼고 표현하는 모든 건‘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며 음악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에서 그레이스 역을 맡았던 애비 퀸이 <데일리 액터>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내용이다. 배우가 음악의 도움을 받아 연기하는 건 놀라울 게 없지만 이 정도로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결합시키는 건 분명 드문 일이고, 이건 그가 뮤지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애비 퀸은 정식으로 음반을 발매한 적은 없으나 오랫동안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래해왔다. 어린 시절 기타 한대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을 커버해 올린 영상을 보면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곡의 핵심만 남기고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한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작곡과 연기라는 전혀 다른 세계 안에서 각각의 창작 과정을 온전히 경험한 사람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녀가 작사, 작곡, 직접 노래한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유일한 오리지널 송 <Knew You For A Moment>가 남다른 울림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고단한 여정을 마친 주인공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이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이 노래는 영화의 여운을 한껏 연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애초에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만들어둔 자작곡 중에 하나를 쓰자”라는 제안을 했지만 애비 퀸은 이를 거부하고 새 노래를 만들었다. 음악에 기반해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처럼, 이자벨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함으로써 음악을 창조한 것. 자칫 평범하게 들릴 수 있는 어쿠스틱 팝 한곡이 오래도록 귀에 머무는 건 이런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PLAYLIST++

폴라 콜 《This Fire》

영화에 함께 출연한 미셸 윌리엄스와 줄리언 무어가 입을 모아 “어메이징하다”고 표현한 애비 퀸의 노래하는 목소리는 말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극중 혼란을 겪는 앳된 신부를 연기했기에 이 독특하고 진한 음색은 더더욱 놀라운 반전으로 다가온다. 사라 매클라클런, 폴라 콜과도 묘하게 닮아 있어 오래전 듣던 이 음반을 다시 꺼내게 한다.

앵거스 앤드 줄리아 스톤 《A Book Like This》

호주 시드니 출신의 남매 듀오 앵거스 앤드 줄리아 스톤이 2007년 발표한 앨범. 애비 퀸의 유튜브 채널에는 단 세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돼 있는데, 이 음반의 수록곡인 <Mango Tree>를 친구와 함께 직접 연주하며 부른 게 그중 하나다. 심플하면서도 사색적인 포크 팝이 그녀의 취향임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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