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이루며 사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신기하다.” 배우 전미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의 순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그가 연기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신경외과 교수는 맡은 수술과 업무를 완벽히 해내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침착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지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익준 교수(조정석)와 레지던트 안치홍 선생(김준한)과의 삼각관계 역시 연일 화제에 올랐다. 배우 전미도는 “송화가 너무 완벽해서 걱정이 많았다” 며 후일담을 전했지만, 채송화를 넘어 배우 전미도에게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과 관심은 그가 송화를 제대로 표현해냈음을 증명한다. 일찍부터 공연계에서 이름을 알리며 더 뮤지컬 어워즈,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세번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그에게선 겸손이란 단어로 뭉뚱그릴 수 없는 깊은 힘이 느껴졌다.
-뮤지컬계에서 이미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배우인데, 어떤 계기로 드라마를 하게 됐나.
=10년 넘게 공연을 하면서 정체된 듯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낯선 영역을 좀더 경험해보고 싶던 차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이 들어와 흔쾌히 응했다. 드라마를 하며 갖고 있던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고,동시에 공연에 대한 애정도 다시 강해졌다.
-채송화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물이 가진 목표랄까, 그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에너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연기할 힘이 생기는데 드라마는 그게 어려웠다. 완결된 대본을 받지 못하니까 인물의 방향성을 파악하기 쉽지 않더라. 또 송화는 워낙 차분하고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해온 연기 방식과 달라서 초반에는 연기를 하는 느낌이 들질 않았다. 최대한 감정 표현의 폭을 줄이려 노력했고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채송화와 비슷하다고 느낀 지점도 있나.
=송화처럼 매 끼니를 반드시 챙겨먹는다. 배고프면 예민해지는 편이라. (웃음) 또 송화가 일을 대하는 태도, 이를테면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맡은 일을 처리하는 모습들은 내게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학생 때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했다고 하던데.
=악기를 연주하던 친한 친구들이 먼저 팀을 만들었고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던 내게 보컬을 제안했다. 그때도 배우를 꿈꾸고 있었는데 남들 앞에 서는 훈련이 될 거란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꿨나보다.
=정확하게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교회에서 굉장히 재밌게 본 성극이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 때 국어 교과서의 희곡을 조별로 읽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확실히 내가 대사도 빨리 외우고 뻔뻔하게 잘하더라. (웃음) 칭찬도 많이 받았고. 그때 느꼈다. ‘내가 재능이 있구나.’
-한 인터뷰에서 80살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수십년의 시간이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반드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나는 내가 굉장히 늦게 필 줄 알았다. 학생 때 계속 주인공을 맡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언젠가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이를 먹은 후 가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엄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경험들을 종합해 녹여내면 자연스레 엄마라는 역할로 귀결되지 않을까. 젊은 시절에 꽃을 피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엄마라는 역할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꼭 해보고 싶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 선생님처럼, 그런 지점까지 가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뮤지컬이나 연극 등 특정 장르로 정의되지 않는, 어딜 가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배우이고 싶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하면서 확장된 나의 영역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다음은 어떻게 될까. 나도 상당히 궁금하다.
영화 2019 <변신>
TV 2020 <슬기로운 의사생활>
뮤지컬 2020 <어쩌면 해피엔딩> 2018 <닥터지바고> 2016 <스위니 토드> 2016 <베르테르> 2015 <맨 오브 라만차> 2014 <원스> 2013 <해를 품은 달> 2012 <번지점프를 하다> 2009 <영웅> 2008 <사춘기> 2007 <김종욱 찾기> 2006 <미스터 마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