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에게 이런 암흑의 시대가 또 있을까? 이탈리아 관객이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찾은 것은 지난겨울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또 한번의 계절이 바뀔 무렵 어둠의 세월에 한줄기 광명 같은 소식이 희망처럼 다가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6월 15일부터 영화관을 순차적으로 연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에 영화관들은 관객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발표한 새 안전법에 따르면 극장은 착한 거리두기는 물론 상영 전후 소독 실시 등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새 안전법을 따르기에 작은 상영관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작은 상영관들은 계속해서 휴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6월 15일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영화들이다. 개봉이 예정된 영화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소리보다 빠른 초고속 고슴도치 히어로 소닉의 이야기 <수퍼 소닉>, 토이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플레이모빌: 더 무비>,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2>,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조커>,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한 전쟁영화 <1917>, <디 아이즈 오브 마이 마더>로 알려진 니콜라스 페스케 감독의 공포영화 <그루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스릴러 영화 <다크 워터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리차드 쥬얼>, 윌 스미스가 마이애미 강력반 형사 마이크로 돌아온 <나쁜 녀석들: 포에버>, 드웨인 존슨과 잭 블랙이 출연한 예측 불가능한 게임영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 마고 로비 주연의 할리퀸 솔로 무비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등이 이탈리아 관객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영화 또한 긴 동면에서 깨어나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코미디 배우 알도 바글리오, 자코모 포레티, 조반니 스토르티가 출연하고 마시모 베니에르 감독이 연출한 <여름이 싫어>, <고모라>의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베니니가 출연한 <피노키오>, 출연한 영화마다 대성공을 거둔 코미디 배우 케코 잘로네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겸한 영화 <톨로 톨로> 등이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코로나19 이후 이탈리아 극장에서 다시 개봉한다.
하지만 영화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기쁜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영화들이 겨울에 비해 극히 적어 이탈리아 영화계가 빠르게 생기를 되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문화 영역과 마찬가지로 영화계 또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