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욕창' 돌봄노동을 적확하게 그린 작품
2020-06-30
글 : 배동미

퇴직 공무원 창식(김종구)은 중국 동포 수옥(강애심)에게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 길순(전국향)을 돌보는 일을 전적으로 맡긴다. 월 200만원을 받는 수옥은 요양보호사와 입주가정부 역할까지 하면서 열심이지만, 길순의 상태는 욕창이 생길 만큼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창식은 막내딸 지수(김도영)에게 전화를 걸어 길순에게 욕창이 생겼다고 알릴 뿐 아들들에게는 직접 알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지수는 엄마에게 마음이 쓰여 추가적인 돌봄노동을 자처한다. 한편 창식은 일상 속에서 생각을 나눌 수 없는 길순을 반려자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수옥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욕창>은 돌봄노동을 적확하게 그린 작품이다. 남성 배우자가 슬그머니 주 돌봄자 역할에서 빠져나가고, 딸과 다른 여성에게 전가하는 현상을 그린다. 심혜정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이 딸 지수를 연기하면서, 위로는 친정엄마를 돌보고 아래로는 사춘기 딸을 돌봐야 하는 이중 돌봄 상태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더 깊냐가 문제거든요.” 간호사(강말금)의 대사처럼 언뜻 보기에 문제가 없는 창식 가족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돌봄노동이란 문제를 곱씹어보게 된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우수상, 이날코 심사위원상 수상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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