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그간 영국의 방송·영화산업계가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예 12년>으로 흑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감독이자 터너상을 수상한 스티브 매퀸은 지난 6월 21일자 <옵서버>를 통해 “영국은 흑인, 아시아계, 소수민족(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BAME)을 대변하는 데 미국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문한 친구의 영화 촬영지에서, 여전히 BAME 노동자를 많이 볼 수 없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내가 미국에서 3편의 영화를 찍는 동안 영국은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정말 치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방송·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700여명의 BAME 노동자들 역시 문화부 장관 올리버 다우든에게 편지를 보내, 주요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그간 미디어의 ‘문화 다양성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6월 22일에는 4천명이 넘는 영국의 제작자, 작가, 감독, 배우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영국의 방송·영화산업이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개서한에는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 미카엘라 코엘, 노엘 클라크, 데이비드 오옐러워, 미라 사이얼을 비롯해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 거린다 차다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백인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이야기는 규모가 너무 작거나 흥행 면에서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를 드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며, “BAME 감독 및 작가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제작자들에게도 좀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편 지난 6월 28일 이드리스 엘바는 <더 타임스> 기고를 통해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운동 덕분에 영국 사회도 비로소 영화산업에서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겐 우리가 가진 재능을 발전시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영화 문화를 살려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