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사망했다.”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생전에 직접 쓴 부고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알렸다. 2019년 가을 집에서 넘어지며 골절상을 당했던 엔니오 모리코네는 그간 로마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합병증이 심해져 지난 7월 5일(현지시각) 향년 91살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엔니오 모리코네의 부고는 마지막까지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했던 엔니오 모리코네다웠다. 친구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전한 엔니오 모리코네는 “내 인생 마지막 몇해 동안 형제처럼 지낸 페푸치오와 로베르타와의 특별한 추억”을 밝혔다. 자신의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지길 바랐기에 직접 부고를 써두었다고 밝힌 그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언급한 뒤 마지막으로 1956년에 결혼해 64년을 함께한 아내 마리아에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아내 마리아. 지금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합니다. 당신에 대한 작별인사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500편 이상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엔니오 모리코네는 살아서 전설이었고 마침내 영원이 되었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54년 산타 세실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뒤 1961년부터 영화음악 작곡을 시작했다. 196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게 발탁되어 <황야의 무법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엔니오 모리코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까지 함께하며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 <미션>(1986), <시네마 천국>(1988) 등 주옥같은 명곡으로 세상을 감동시킨 그는 2007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으며, 2016년 <헤이트풀 8>로 마침내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처럼 “그는 단지 위대한 영화작곡가가 아니라 그저 위대한 작곡가”였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오는 8월 개봉을 목표로 엔니오 모리코네에 관한 다큐멘터리 <음악의 시선>을 제작 중이니 엔니오 모리코네가 없는 세상의 허전함을 가장 영화다운 방식으로 달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