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욕창' '야구소녀' 황승윤 촬영감독 - 객관식 선택지 같은 순발력
2020-07-13
글 : 배동미
사진 : 백종헌

촬영감독으로서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와 두 번째 장편영화가 나란히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욕창>과 <야구소녀>의 황승윤 촬영감독은 “기분이 묘하다. 요즘 시국도 어려운데 두 작품이 개봉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한다. 그가 촬영한 <욕창>과 <야구소녀>는 정확히 2주 간격을 두고 개봉했다. 개봉은 <야구소녀>가 앞섰지만, 촬영은 <욕창>이 먼저였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년의 여성을 돌보는 가족에 대한 드라마 <욕창>은 단편 <물구나무 서는 여자>와 <동백꽃이 피면>을 함께 작업한 심혜정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임한 작품이다. 드라마 장르이기 때문에 쓰러진 노인을 돌보는 남편 창식(김종구)과 딸 지수(김도영)를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인물의 얼굴을 담는 데 주력했다.

<야구소녀>의 최윤태 감독과는 2015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동기로 만나 여러 작품을 함께했다. 최윤태 감독이 연출하고 그가 촬영한 단편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는 교수님들로부터 꾸지람을 꽤나 들은 작업이었지만, “계획했던 걸 다 해본 작품”이라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졸업작품을 함께 만들고, 졸업 후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에 지원해 <야구소녀>를 착실히 만들어나갔다. “눈에 많이 띄는 촬영보다 이야기를 잘 담아내는 게 좋은 촬영”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작업 방식처럼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야구소녀>는 그렇게 탄생했다.

황승윤 감독이 영화를 꿈꾸게 만든 영화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스무살 무렵 술을 마시느라 지하철이 끊긴 새벽, 첫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울 겸 친구들과 비디오방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보았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에 열광해서 집에 가자마자 영화 정보를 찾아봤던 그는 류승완 감독이 조감독 시절 남은 필름을 모아 동생을 주인공으로 단편을 만들었다는 초반 제작 비화를 알고 난 뒤 영화 현장과 촬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흡혈형사 나도열> 촬영부 막내로 시작해 50편 가까이 상업영화 현장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 예제를 많이 봤던 덕분에 “남들이 주관식으로 풀 때 객관식으로 푸는 것 같은” 현장 순발력을 몸으로 익혔다. 차기작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에게 순발력을 발휘할 기회는 곧 찾아올 듯하다.

That's it

손목시계

“촬영감독으로 현장을 운영하면서 시계를 볼 수밖에 없다. 계획된 분량을 맞게 찍어 나가고 있는 건가, 시간이 얼마나 더 소요됐나 생각할 때 늘 시계를 찾게 된다.”

Filmography

촬영감독 2019 <욕창> 2019 <야구소녀> 2017 <동백꽃이 피면> 2016 <지하의 남자> 2016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2016 <내 왼쪽 젖꼭지> 2015 <물구나무 서는 여자>

촬영부 2019 <저 산 너머> 2018 <사라진 밤> 2018 <극한직업> 2018 <부라더> 2014 <제보자> 2013 <전국 노래자랑> 2013 <족구왕> 2013 <배우는 배우다> 2012 <연가시> 2012 <코리아> 2010 <방가? 방가!> 2010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2009 <국가대표> 2006 <흡혈형사 나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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