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바리움' 공간의 분위기로 기괴함을 극대화한 영화
2020-07-14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톰(제시 아이젠버그)과 젬마(이모겐 푸츠) 커플은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을 찾는다. 괴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중개인 마틴(조너선 아리스)은 그들에게 교외에 있는 ‘욘더’라는 낯선 마을을 소개한다. 두 사람은 마틴을 따라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욘더로 향하고, 그곳에서 거실, 부엌, 침실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9호 집’을 구경한다. 그러던 중 마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다. 찜찜해진 톰과 젬마는 차를 타고 돌아가려고 하지만 아무리 돌고 돌아도 그들이 다다르는 곳은 9호 집 앞이다. 어떤 방법으로도 욘더를 빠져나갈 수 없음을 깨달은 두 사람 앞에 상자가 하나 배달된다. “아이를 기르면 풀려난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는 상자 속엔 남자 아기가 들어 있다. 두려움과 좌절감에 휩싸인 두 사람은 아기와 함께 9호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인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영화 속 욘더 마을과 9호 집 또한 인간들이 사육되는 일종의 ‘비바리움’ 같은 공간으로서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 괴이한 설정을 통해 초반부의 긴장감이 흥미롭게 조성되지만, 중반부의 전개와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관객에 따라 꽤 다를 듯하다. SF 미스터리로서의 참신함이나 완성도보다는 자녀와 부모, 가정과 사회, 개인과 시스템 같은 주제를 염세적으로 풍자하는 데 중점을 둔 영화다.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으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서도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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