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면 몰라도 사람들은 구의원에는 관심 없죠. 그래서 일년에 90일만 근무하고 연봉 오천을 받는 신의 직장을 지역 유지, 건물주, 정당인들이 나눠 먹는 겁니다.” 마원구청 5급 사무관 서공명(박성훈)의 말처럼,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돈 이야기엔 솔깃해진다. 29살의 ‘연쇄 퇴사러’ 구세라(나나)도 그랬다. 부당한 상황에 분노하는 족족 비자발적인 퇴사 이력만 쌓이던 그는 취업 대신 구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KBS 드라마 <출사표>의 시작이다. 학력, 경력, 단체, 정당 없는 무소속 후보. 15년간 지역 불편을 꼼꼼하게 살핀 구청 홈페이지 민원왕 타이틀로 아무리 분투해도 예상 득표율은 9%. 보수와 진보 두 거대정당의 지원을 받는 1번과 2번 유력 후보를 두고 기호 5번 구세라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리고 선거 막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2번 손은실 후보(박미현)가 합동 연설 중, 구세라 지지를 밝히고 후보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손은실은 구세라가 어엿한 구의원 후보로 소개되어야 할 자리에서 대견한 일을 한 젊은 여성쯤으로 절하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던 지난 선거에서 같은 일을 겪은 바 있다. 손은실은 당시 상대 후보였던 현 구의원 조맹덕(안내상)이 당신 같은 딸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을 잊지 않았다.
형식은 덕담이지만, 상대를 낮추고 무시하는 언사다. 손은실은 여자 후보끼리 단일화하면 야합처럼 보일 수 있다는 조맹덕의 말을 되돌려준다. “남자들끼리 하면 정치고 여자들끼리 하면 야합입니까?” 손은실의 정치는 구세라를 택했다. 곧장 국회로 가도 손색이 없을 인물이 뒷배 없는 신인을 향해 “저 손은실이 보증합니다”라고 카랑카랑하게 외친다. 정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가 독단으로 벌인 사퇴 결정이 옳은지, 현실적으로 가능은 한지 모르겠다. 다만, 이들이 겪은 무시와 모욕은 낯설지 않다. 같은 일을 겪은 이와 연대하고 지지를 보태는 결심이 말이 안된다고 부정하진 못하겠다.
VIEWPOINT
당선이 나이순이라고?
개표 결과 기호 1번 오병민(신주협), 5번 구세라의 득표수는 동일했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엔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때 연장자순에 의하여 당선인을 결정하는 규정이 있다. 두 후보중, 일주일 먼저 태어난 구세라가 당선인으로 호명되자 구세라도 깜짝 놀란다. “아니 뭔 법이 저래?” 하버드대를 졸업한 오병민도 격분해 외친다. “미국에서는 말도 안되는 짓이라고.”그래서 찾아보았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동전을 던져 당선자를 가린다. 오병민측은 재검표를 요청했고, 최종 득표수는 구세라가 3표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