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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가오 스마트시네마 대표 - OTT와는 다른, 극장과 상생하는 플랫폼
2020-07-30
글 : 김소미
사진제공 스마트시네마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이모저모 중 이례적인 풍경은 비단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부천영화제는 최신 중국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전 ‘스마트시네마와 함께하는 중국영화특별전: 중국 장르영화의 부흥’을 극장과 앱에서 동시 공개하며 관객의 접근성 확장을 시도했다. <사랑하지 않는 자들의 최후> <무죄가족> 등 중국 스릴러, SF 장르의 현재가 한국 관객에게 이송된 통로는 바로 온라인 상영 플랫폼인 스마트시네마다. 중국 완다 그룹 영화사에서 독립해 2018년 스마트시네마를 론칭한 잭 가오 대표는 제작 및 배급 사업에 뛰어드는 일반적인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달리 100% 상영 서비스에만 충실한 정체성을 내걸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시네마를 열게 된 계기와 론칭 초기의 과정은.

=일반 관객뿐만 아니라 시청각 장애로 그동안 영화를 즐기기 어려웠던 분들에게도 영화 관람의 시계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2018년 처음 스마트시네마가 출범했고 지금까지 크게 두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스마트시네마1.0은 극장 개봉한 최신 영화의 모바일 상영을 시도해 이동식 영화 관람 문화를 선도하고자 했고, 스마트시네마2.0은 채팅 기능, 큐레이터 기능을 추가해 사회적 교류에 중점을 뒀다. 지금 세 번째 업데이트를 진행 중인데 이번엔 VR, 아이맥스 기술을 이용해 체험형 영화관람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공학 전문가로서 플랫폼의 기술과 미래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을 텐데, 스마트폰 단말기 기반의 영화 상영 플랫폼이 오프라인 영화관에 준하는 관람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할까.

=현재 스마트시네마는 기존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진행하던 업무를 동일하게 진행 중이다. 우선 판매되는 영화 티켓들은 모두 박스오피스에 동기화된다. 투명하게 티켓 현황을 공개하고 동시에 중국 내 주요 부문에 보고하며 지표에도 반영시킨다. 그리고 디지털 저작권 보호가 중요하다. 개인 워터마크 기술을 도입해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데, 이 경우 만약 불법으로 복제된다 해도 끝까지 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감독 및 제작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여서 현재 스마트시네마에서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또 사용자의 편의 개선도 중요하다. DCI, 2K 이미지로 모든 영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러링, VR, AR 등의 모드도 지원해 오프라인 영화관에 준하는 관람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TT 시대의 가속화,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앞으로 영화 관람의 미래, 특히 극장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거라 보나.

=TV가 세상에 나왔을 때, 또 비디오가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의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영화관은 살아남았다. 다만 영화관도 시대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해야 할 시기다. 스마트시네마는 극장의 생태계를 생각해 이용자들이 작품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단 한번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관의 핵심인 1인 1표 1영화의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유지할 예정이다.

-스마트시네마는 오프라인 극장의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한 온라인 상영서비스이고 수익 분배도 극장과 동일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다.

=그렇다. 오프라인 극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함께 가는 상영 서비스이지 기존의 OTT 플랫폼처럼 영화관과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다. 스마트시네마의 오리지널 제작 작품 역시 앞으로도 없을 거라 말할 수 있다. 스마트시네마의 수익 분배는 오프라인 극장의 방식과 100% 일치한다. 중국의 경우 영화관과 제작 및 배급사의 수익 분배는 57:43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해외의 경우에도 현지 영화계 정책과 동일하게 진행할 생각이다.

-그 밖에 기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기존 온라인 플랫폼이 도서관이라면, 스마트시네마는 서점이라고 비유하고 싶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는 개념이다. 다만, 이 새로운 책들은 서점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극장처럼 일정 기간만 판매되고 계속해서 최신 제작 작품으로 업데이트된다.

-현재 스마트시네마의 해외 운영 현황은 어떤가.

=한국영화 <부산행> <스윙키즈>는 현재 스마트시네마USA에서 상영 중이다. 한국 지사와 협력해서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영화를 해외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의논 중이다. 중국 본사 입장에서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8천만명의 중국 화교들이 스마트시네마를 통해 중국에서 상영 중인 최신 영화를 관람한다는 의미도 크다.

-한국의 경우 오프라인 관객과의 대화(GV)나 해설 프로그램, 개인 유튜버들의 활동이 활발한 편인데 중국은 영화 관람 생태계가 이와 다르다. 채팅과 큐레이터 해설 기능을 탑재한 것은 시장 조사를 통해 중국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결정인가.

=오프라인에 비해 1인 혹은 소수가 관람하게 되는 특성을 고려했다. 친구들끼리 채팅을 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기능, 영화 해설 기능 모두 선택지를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이다. 유튜브가 어느 정도 압축적인 정보와 해설을 제공한다면, 스마트시네마의 영화 해설은 작품 속 시대상이 갖는 문화나 창작의 배경 등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해 더욱 다양한 시각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게끔 유도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VR과 아이맥스 상영은 어떤 식으로 실현될지 궁금하다. 중국 내 기술 개발은 어느 단계인가.

=스마트시네마는 2019년 5월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 VR 지원을 시작한 상태다. 지금 중국은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중국의 <아바타>라 부를 수 있는 <아수라>(阿修罗)를 제작할 정도로 3D 및 영화 제작기술이 발전했다. 아이맥스의 경우 하드웨어 개발에 따라 체감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우선 사용자들이 어디서든 저렴하게 구매해 최고의 상영 효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3D 안경 제작에 힘쓰고 있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중국영화들(<무죄가족> <살인 연극> <최면재판> <핏빛 추격> <범죄현장> <사랑하지 않는 자들의 최후>)을 스마트시네마 플랫폼을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었다. 국내외 영화제와의 협업을 어떻게 내다보나.

=부천영화제처럼 권위와 본연의 색깔 모두를 갖춘 영화제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장르적 특색이 강한 중국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건 더없는 기쁨이고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등과도 협업해서 중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한한령 해제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영화계도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J ENM과도 긍정적으로 이야기 중인 부분이 있다. 앞으로 스마트시네마를 통해 많은 한국영화들을 상영하게 될 것 같다. 영화산업 자체가 코로나19로 위축되고 나라간 교류도 시기별로 부침이 있지만 양국의 영화가 유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창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제공 스마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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