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강철비2: 정상회담' 박지호 VFX 슈퍼바이저 - 영화적 구현과 리얼리티 사이에서
2020-08-03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에서 남북미 정상이 벌이는 침 튀기는 설전만큼 야심찬 매치가 있다. 바로 후반부를 책임지는 잠수함 액션이다. 심해에선 3국의 잠수함이 은밀하게 대치하고, 지상에선 잠수함을 노리는 폭격기가 뇌우 속에서 고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밀리터리 덕후는 물론 전문 지식에 생소한 관객도 그 완성도와 스릴에 즉각 반응하게 만드는 CG에는 70여명에 이르는 로커스 소속 VFX(시각특수효과)팀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팀을 대표해서 인터뷰를 나오긴 했는데…”라며 머쓱해하는 박지호 팀장은 <강철비2>로 첫 영화 VFX 슈퍼바이저 업무를 맡았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양우석 감독과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며 합을 맞춰간 VFX팀은 “어두운 실제 심해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구현하는 밝고 선명한 그림”을 기본값으로 맞췄다.“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려고 온 관객에게 어둠 속에서 잠수함 불빛만 번쩍이는 그림을 보여주는 건 예의가 아니다, 라는 감독님 말에 믿음이 갔다.” 디테일이 잘 보일수록 CG팀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터, 양우석 감독이 “잠수함의 어뢰 사출구가 어떻게 열리고 기포는 어느 정도 나오는지까지 꼼꼼히 신경 쓰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날들이 이어졌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동시에 영화적 표현을 고민하는 섬세한 이중작업도 필수였다. “사실 현대 어뢰들은 물방울도 안 생기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표현하면 긴장감이 상쇄되니 효과적인 부분에서는 상상력을 더했다.” 레퍼런스를 뛰어넘는 디테일, 와이드한 앵글과 더불어 본격적인 잠수함 체이싱 액션에는 “서부극 혹은 일본 닌자영화처럼”접근했다. “심해 지표면의 언덕을 사이에 두고 한대는 위에서, 한대는 아래에서 북한군 잠수함을 따라온다. 무협영화의 검객처럼.”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잡지사 디자이너로 출발한 박지호 팀장은 “기왕 밤새워 일하는 김에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영화 작업을 꿈꿨다. 애니메이션과 광고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한 덕분에 영화만이 갖는 디테일에 재미를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일상적인 드라마 등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CG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영화의 풀이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That's it

스케치 노트

“회의할 때 일단 스케치를 끄적인다. 말로 설명하면 전달이 잘 안될 때가 많은데 그림을 그려가며 소통하면 확실하다. 양우석 감독님이 워낙 꼼꼼하고 정확한 디테일을 원하는 분이라 <강철비2>는 특히 잠수함의 레이아웃을 두고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의견을 좁혀갔다.”

Filmography

2020 <강철비2: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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