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파리라고 부르리. 날개 달린 그대의 까만 머리칼은 길고 찰랑거리며 푸르기 때문이며, 그대 눈속깊은 그림자에 자리한 눈동자엔 황금색 띠가 둘러져있으므로.” 영화 <큐리오사>에서 사진작가이자 시인인 피에르(니엘스 슈나이더)는 절친한 친구의 아내이자 연애 상대인 마리를 향해 감탄의 말을 내뱉는다. 마리를 연기하는 배우 노에미 멜랑에게도 꼭 들어맞는 찬사다. 검은 머리카락과 깊은 눈매, 푸르면서도 황금빛을 띠는 눈동자에 세모꼴로 살짝 벌어지는 입술과 그속의 가지런한 치아. 노에미 멜랑은 한번 본 사람은 잊지 못할 지적이고 묘한 매력을 내뿜는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남성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했던 실존 인물 마리 드 레니에의 열정적인 사랑을 묘사한 <큐리오사>는 자칫 불륜 상대에게 끌려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지만, 노에미 멜랑은 “피에르가 그녀의 사랑과 에로티시즘에 불을 댕겼지만, 삶을 컨트롤하면서 자유롭기를 선택한 것은 마리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 그의 설명처럼 극이 진행될수록 마리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피에르를 비롯한 주변 남성들처럼 창작 활동을 너끈히 해낸다.
1988년 파리에서 태어난 노에미 멜랑은 10대 시절 낭트 교외의 르제에서 자랐다. 파리의 연기 학교 쿠르 플로랑에 입학한 그는 영화 <영향 아래 여자>와 <오프닝 나이트>를 보고 배우 지나 롤랜즈를 롤모델 삼아 연기를 배워나갔다. 서른을 넘길 즈음 그는 이미 2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자 두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성장했다. 노에미 멜랑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두 여인의 비밀스런 사랑을 그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화가 마리안느를 연기한 그는 올해 1월 뤼미에르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영화
2020 <점보> 2019 <큐리오사> 2019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8 <리턴 오브 더 히어로> 2018 <종이 깃발> 2017 <다이빙: 그녀에 빠지다> 2016 <하늘이 기다려> 2016 <트위스팅 페이트> 2016 <더 브라더> 2016 <소녀, 엄마가 되다> 2016 <듀 메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