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ew]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유투브의 강선생님
2020-08-11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길고 지루한 장마에 납량특집 콘텐츠가 보고 싶다면 유튜브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에 찾아가 ‘도를 아십니까’ 롤플레이 영상을 클릭하자. 1분 안에 강남역 어딘가에서 사이비 종교 포교인에게 꼼짝없이 붙들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상한 머리띠와 안경, 상냥한 듯 기계적인 정체불명의 말투, 광기 어린 미소와 눈빛을 장착한 강유미는 영상에서 눈 뗄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설문조사를 빌미로 말을 건 다음 ‘마음공부’와 ‘조상님의 은덕’을 들먹이더니 어떻게든 자기 말에 동의하게 만드는 기술은 점점 심장을 조여온다. “혹시 평소에 금방 피곤해지지 않아-요? 아니에-요? 자고 일어나도 금방 다시 또 눕고 싶고 그런 기분 없어요? (응시) 그런 적 한번도 없어-요? 살면서 한번도 없었다고요-? 그쵸, 있죠?” 음료수라도 ‘베풀어’ 달라는 그를 따라가 이것저것 갈취당하고 나면 어느새 조상님 제사상 앞에 서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살고 싶으시면 제사를 지내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 발로 못 나가시거든요?” 나긋한 속삭임이 <겟 아웃>과 <미드소마> 버금가게 으스스하다.

KBS <개그콘서트>의 ‘GOGO 예술 속으로’, ‘사랑의 카운슬러’ 시절 강유미는 디테일의 신이었다. 유튜브에 올리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 시리즈에서도 그는 ‘지옥의 단식원 원장’, ‘싫은데 하는 메이크업숍’, ‘너무 솔직한 바텐더’ 등 구체적인 캐릭터를 설정해 헤어스타일, 화장법, 표정, 말투, 비음을 섞는 정도까지 완벽하게 조합한다. 특히 적당히 사무적이되 어느 정도 친절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진심과 ‘자본주의 매너’ 사이 간극을 정확히 포착하는 표현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몇달 전 강유미는 “이제 코미디언으로 스타성이 떨어진 것 같다”는 댓글에 ‘맞다’며 “그냥 능력치가 떨어진 거죠”라고 수긍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시대에도 강유미의 천재성은 더 빛을 발하고 있으니까.

VIEWPOINT

강유미의 블랙코미디

뛰어난 창작자는 현실을 재현하는 것만으로 풍자에 성공할 수 있다. ‘돌팔이 성형외과 의사’ 롤플레이 영상에서 강유미는 환자를 돈줄로만 취급하고 여성에게 유독 무례하며 능글맞은 웃음으로 모든 것을 때우려는 중년 남성을 연기한다. 환자의 외모와 나이를 후려쳐 시술을 강요하며 은근슬쩍 반말을 던지고, 골프 약속 때문에 실장에게 대리수술을 시키려는 이 ‘개저씨’ 캐릭터의 화룡점정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발뺌하기 위해 의학 용어를 주워섬길 때 한껏 멋부려 뱉은 ‘인F루엔Z아(인플루엔자)’발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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