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오케이 마담' 엄정화 - 언제나 정답은 엄정화
2020-08-13
글 : 남선우
사진 : 오계옥

음료수 병뚜껑을 땄는데 하와이 여행에 당첨됐다! 영영 남의 일처럼 느껴지던, 나에게만큼은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던 행운이 미영(엄정화) 가족에게 일어나며 영화 <오케이 마담>은 시작한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을 중심으로 일상에 판타스틱한 사건을 불러들이는 영화는 곧이어 미영 안에 잠자던 다른 본능을 일깨운다. 코미디에 액션을 버무린 <오케이 마담>의 판타지는 허풍스러운 상황도 당당한 표정으로 설득해내는 엄정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인물의 어떤 의외성도 납득하게 만든다. 그 단단함은 엄정화가 30년간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단련한 근육으로부터 온 것일 테다.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 <싱글즈>(2003), <관능의 법칙>(2013)을 통과하며 자기 욕망에 솔직한 현대 여성의 화신처럼 스크린에 현현해 온 엄정화는 여자들에게 친해지고 싶고, 동경하게 되는 동성 친구의 이미지로 줄곧 존재해왔다. <해운대>(2009), <베스트셀러>(2010), <몽타주>(2012)에서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딸을 구하려는 모성을 연기하면서도, 영화 <Mr. 로빈 꼬시기>(2006), 드라마 <12월의 열대야>(2004), <마녀의 연애>(2014)에서 매력적인 연하남들과 연애를 했고, <댄싱퀸>(2012)에서는 꿈을 잊지 못해 걸그룹 멤버로 늦깎이 데뷔를 했다. 엄마와 아내인 동시에 커리어를 쌓아가는 인물,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캐릭터를 오가면서 엄정화는 더는 짜릿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일상 속 판타지를 선물했다. 2015년 <미쓰 와이프>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오케이 마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미영은 영천시장에서 꽈배기를 튀기는 평범한 상인으로, 귀여운 남편과 씩씩한 딸을 끼고 사는 발랄한 여자로 보이지만, 하이재킹을 당한 비행기를 구해내는 실력자로 변모한다.

1989년 MBC 합창단 12기로 TV에 모습을 드러내, 1993년 유하 감독의 첫 장편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와 신해철이 작곡한 해당 영화의 주제곡 <눈동자>로 데뷔해 처음부터 연기와 음악을 양립한 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초대>를 부르는 유혹적 자태로 더 선명히 기억될지 모른다. 연예계 활동 30년차를 맞은 지금, 어쩌면 엄정화는 더는 어떤 이미지나 정서로 정의되는 편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오래도록 한명의 디바이자 배우로서 자리를 지켜온 꼿꼿함 그 자체로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다. 하지만 엄정화가 그 찬사를 누리고만 있을 여유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그는 <오케이 마담> 개봉과 함께 가수로서 이효리, 제시, 화사와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늘 그래왔듯 언제나, 여자들이 극을 이끄는 영화에서 멋진 모습을 선보일 기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3일 월요일에 있었던 <오케이 마담> 언론 시사 후 기자 간담회에서 유독 긴장한 모습이었다. “신인처럼 긴장된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되묻곤했는데, 무엇이 데뷔 30년차 배우를 떨게 했나.

=너무 오랜만에 하는 영화인 데다 장르도 코미디다보니 유독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더라. 코믹한 영화를 가볍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영화가 관객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서 많이 긴장되었다.

-며칠 사이 긴장이 좀 가라앉았나.

=어제도 긴장돼서 잠을 못 잤다! (웃음)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관객의 반응이 많이 기다려진다. 지금도 결과물을 내놓을 때마다 이렇게나 떨린다.

-<오케이 마담>은 액션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는 시나리오였다고. 1993년 데뷔작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를 시작으로 2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는데, <오로라 공주> <베스트셀러> <몽타주> 같은 스릴러에서 몸 쓰는 연기를 보여준 적은 있지만 정말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작품은 없더라.

=우선 영화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가제로 <오케이 마담>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는데, 뭐든 ‘오케이’라고 하면 어감이 참 좋지않나. 첫인상부터 좋았는데 실제로 시나리오도 첫 페이지부터 재밌게 술술 읽혔다. 대본에 펼쳐진 장면이 머릿속에 너무 잘 그려졌다. 거기에 액션이 있으니 더 마음이 갔다. 액션 분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을 정도다.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이 다 완료되기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녔다고 들었다. 이철하 감독이 개봉 전 귀띔하길, 액션스쿨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던데.

=조바심이 나서 좀 서둘렀다. 액션 연기는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밴 상태로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건데, 액션을 보여줄 때의 동작과 자세가 내 몸에 붙어 있지 않으면 티가 나고 어색하지 않겠나. 몸에 액션이 배기까지 시간이 모자랄까봐 걱정이 많았다. 나도 나를 확신할 수 없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싫어서 두달 반가량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것도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훈련 과정은 어땠나.

=처음엔 액션을 해도 내 몸짓이 너무 부드럽고 힘이 덜 들어간 것처럼 보이더라. 생각보다 강렬해 보이지 않는 거다. 강해 보이는 액션을 만들기까지가 어려웠다. 그래도 훈련하는 시간을 엄청 즐겼다. 함께하는 액션 팀도 같이 열심히 했고, 무술감독님을 포함해 다들 열심히 가르쳐줬다. 그렇게 열정이 있는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큰 자극이 되더라. 그리고… 액션스쿨에는 젊은 여자 액션 배우들이, 꿈을 위해 매일매일 훈련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그 친구들을 보면 어느 순간 울컥해지곤 했다. 어린 나이에 자기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힘들게 힘들게 자기 자신을 연마하는 모습이 지금 떠올려도 참 아련하고 뭉클할 정도로, 그들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나도 더 잘하고 싶었다.

-액션스쿨에서 여러모로 마음 쓴 것이 영화에 잘 녹아든 것 같다. <오케이 마담>이 제목을 오마주한 영화이기도 한 <예스 마담> 시리즈의 양자경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였다. 좁은 비행기 통로에서 각종 집기를 이용해 공격과 수비를 펼치는 액션 신이 많았는데.

=극중 미영의 직업을 녹여낸 액션 신들이 재밌었다. 꽈배기 장사를 하기때문에 빵을 반죽하고 휘리릭 돌려서 모양을 만드는 행동이 몸에 밴 미영인데, 시나리오에도 거기서부터 따온 액션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기내에서 밧줄, 커튼, 승무원 스카프를 이용해서 꽈배기 만들듯 미영의 현실에 밀착된 액션을 선보인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꽈배기는 그야말로 미영의 마스코트다. 영천시장 꽈배기 달인으로서 미영은 자기 일과 가족 모두를 아끼는 따뜻한 인물이다. 그 건강한 당당함이 좋았다. 그래서 더욱 미영이 프로답게 꽈배기 만드는 장면들 또한 일종의 액션 신으로 보였는데, 모든 장면을 통틀어 영화에서 미영이 가장 사랑스러웠던 때가 럭셔리한 기내 서비스를 받고 “너무 좋으다~”라 감탄하며 물수건을 꽈배기로 만드는 순간이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능숙하게 동작을 해 보이기까지 연습을 많이 했을 텐데.

=그 장면에서 많이들 웃으시더라. 뿌듯하다. (웃음) 꽈배기도 열심히 배웠다. 용산에 있는 용문시장 꽈배기 달인을 찾아갔는데, 시장 상인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꽈배기 만드는 게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더라. 반죽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연해서 잘 꼬아지지 않는데, 달인들은 쫙쫙 잘 늘여서 만드신다. 그분들께 배우며 내가 처음 만든 꽈배기도 튀겨먹고 그랬다. 반죽은 달인들이 만들어서 역시 맛있더라. (웃음)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인물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자 직업으로서 연기를 지속하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싶다. 가수 그리고 배우로서 오래 경력을 쌓은 지금도 이런 새로운 배움이 가능하다.

=그게 일하는 즐거움이다. 계속 도전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난 늘 그런 상황을 즐겨온 편인데, 때로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재밌다.

-새로움에서 오는 부담과 즐거움이 작품 내적인 이야기에만 국한되진 않을거다. 영화나 음반을 홍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많은 요즘이다. <오케이 마담>을 위해 배우들과 틱톡 느낌으로 ‘오케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브이로그 영상을 찍기도 했다. 2017년에 발매한 10집 정규 앨범 《The Cloud Dream of the Nine》 활동 때는 딩고뮤직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오랜 시간 엔터테이너로서 다양한 시도를 해온 배우 엄정화에게 지금의 미디어 플랫폼은 어떻게 느껴지나.

=연예인도 시청자도 접근하기 쉬운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모든 걸 방송에 나가서 직접 보여줘야 했다. 지금은 개인 방송,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아티스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스스로, 한번에, 뛰어난 전파력으로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많이 자유로워져서 좋아보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활동하다보니 각자의 활동 시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더라. 노래 한곡이 나와도 한달 정도면 그냥 없어지니까. 이야기하다보니 ‘라떼는~’ 하고 말할 수밖에 없어 좀 민망한데(웃음), 이전엔 앨범 하나를 만들면 그 안에서 몇곡씩 후속곡 활동을 해서 앨범 하나 만드는 보람이 참 컸다. 지금은 그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적응하기 어렵더라.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10집 정규 앨범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 그랬나. (웃음) 나도 한번 해보는 거다! 얘기한 대로 특히 지난 앨범 활동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직접 느낀 것 같다.

-일 바깥에서 새롭게 빠진 취미나 관심사는 없나.

=답답할 때 웨이크 서핑 하러 가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여행 가기가 쉽지 않으니 집에서 식물을 열심히 키운다. 비가 자주 오는 시기지만, 집 안에 그대로 두면 돼서 편하다. (웃음) 쉬는 시간마다 반려견 슈퍼와 산책도 자주 한다. 슈퍼와 매일 산책하는 게 처음에는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막상 같이 걷기 시작하니까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더라.

-오늘 스튜디오에도 슈퍼가 동행했다. 지금도 얌전히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혼자 슈퍼를 키우다보니 내가 바빠진 요즘에는 슈퍼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마음이 쓰였다. 스튜디오 촬영에는 슈퍼가 있어도 무리가 되지 않으니 데려왔다.

-아마 지금 배우 엄정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이효리, 제시, 화사와 함께하는 ‘환불원정대’ 프로젝트에 쏠려 있을 테다. 지난 7월 31일 첫 회동을 한 것으로 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조금 힌트를 줄 수 있나.

=함께 앨범을 만들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웃음)

-무엇보다 이효리와의 재회라고나 할까, 다시 입을 맞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지난 앨범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쓴 <딜루전>이라는 곡을 같이 불렀다. 당시 “두개의 자아가 거울을 보듯 대화를 나누는 내용으로, 곡을 듣자마자 이효리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트위터(@love_tangle)에 적은 것을 읽었다.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나도 효리도 한 시대를 풍미한 싱어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우리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이 있다. 고민이나 힘든 이야기를 포함해 누구보다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효리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가수라서 나도 굉장히 좋아한다.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랬던 시기로부터 한발 정도 지나온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로부터 약간 떨어져서 무대를 상상해온 우리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럴 수 있는 지금의 만남이 참 좋더라. 소중하고.

-이 만남의 시작에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가, 그걸 가능하게 한 90년대 문화 열풍, 일명 탑골 열풍이 있다.

=그런데 모두들 힘들어져서 예전을 기억하고 싶은 걸까? 정말 이런 현상이 왜 생긴 거지? (웃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운 게 사실이다. 예전 것을 다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는 거니까. 게다가 요즘 핫한 아티스트들도 90년대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고 있지 않나. 그걸 또 모두가 좋아하며 듣고. 내 노래를 포함해 예전 음악을 추억하는 내 또래도 너무 소중하고, 그걸 보며 지금의 추억을 쌓는 지금 세대도 소중하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엄정화 배우가 90년대에 했던 무대는 물론 2003년에 방영한 드라마 <아내> 요약 영상, 1994년 <체험 삶의 현장>에서 메주를 만들던 방송도 불과 몇달 전 KBS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당시를 기억하는 댓글들도 많이 달렸다.

=그런 영상이 올라온다고? (웃음) 맞다! 내가 가평에 갔었다! 그 메주로 만든 된장, 맛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나 진짜 너무 열심히 했다. 그때 생각하니 참 귀여웠네. (웃음)

-이런 영상을 접하면서 엄정화 배우가 얼마나 쉬지 않고 무대,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까지 오갔는지 새삼 깨달았다. 다른 누군가를 레트로 콘텐츠에서 볼 때는 ‘저런 사람도 있었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면, 엄정화 배우는‘맞아, 저때부터 활동했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봐온 언니지. 그때랑 지금 이미지에 참 변함이 없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나도 그렇게 보이길 바란다. (웃음)

-그만큼 오래 활동해온 것에 대한 소감을 몇몇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싶다는 말을 해왔더라.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물론 내가 어떤 책임감 때문에 이 일을 하고있는 건 아닌데, 내가 이렇게 해나감으로써 후배들에게 가수와 배우 모두 나이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그 생각 하나만이라도 남기고 싶다. 나이에 대한 고민이 늘 나를 괴롭혔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인데, ‘이 나이에는 더이상 춤을 못 추나?’, ‘이 나이에는 이런 연기를 하면 안되나?’ 하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내가 무언가를 못하게 됐는데, 그게 나이 때문이라면 너무 싫을 것 같다. 다행히 이제는 많은 것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또래 여자배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요즘이고, 적어도 지금의 30대 가수들은 무언가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연예인이 아닌 또래 여자들에게도 힘을 주고 싶다. ‘우리 나이에~’라고 하며 포기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 난 그 말을 ‘지금이라도~’로 바꿔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 예시 중 하나가 <오케이 마담>인 것 같다. 이 영화가 잘되어 여성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인 시나리오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했다. 충무로에 여성감독, 헤드 스탭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이들과 배우 엄정화의 다음 도전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특정 장르나 분위기, 소재에 치중되어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향이 좀 안타까운데, 관객은 다양한 걸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작품만 좋다면, 제작하는 분들이 확신을 갖고 뛰어들어주면 좋겠다.

-혹시 직접 모험을 해볼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할리우드에는 리즈 위더 스푼, 샤를리즈 테론이 직접 여성 중심 스토리를 발굴해 제작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도 연출을 겸하는 배우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분명 있다. 여자가 활약하는 대본을 찾기 어려우니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는다면, 내가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많이 어려울까? 고민하다가 머리카락이 빠지진 않을까? (웃음) 이제 (정)우성씨, (이)정재씨도 연출에 도전한다던데, 나도 한번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보고 싶다. (웃음)

-지금은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

=여자배우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원한다. 남자배우들은 여럿이 한 작품에 녹아들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여자들끼리 모여서 연기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엄정화 배우가 여자배우들을 모을 구심점이 될 날을 기약하며, 마지막으로 지금부터 걷고 싶은 길은 어떤 모습인지 묻고 싶다.

=그건 변함이 없다. 지금도 누가 나에게 꿈을 물어보면 나는 그냥 오래오래 깊고 좋은 음악,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유, 말도 안돼. 그렇게 오래 했는데 지금도 뭘 더하고 싶어?’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르다. 어떻게 더 안하고 싶을 수가 있나.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을 때가 너무 좋다. 다음을 기다리는 이 시간도, 그 안에서 만난 사람도. 정말 내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느낌이다. 열정이 아직 내 안에, 이렇게 남아 있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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