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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마담' 이철하 감독 - 가족에게 위로와 용기를
2020-08-13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오케이 마담>은 어둡고, 진지하고, 심각한 여름영화들 사이에서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액션영화다. 미영(엄정화)과 석환(박성웅) 부부가 하와이 여행권에 당첨돼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다가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항공 재난영화이기도 하다. 전작 <날, 보러와요>(2015)에서 관객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던 이철하 감독은 이번에 처음으로 코미디와 액션 두 장르에 도전했다.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린 다음날(8월 4일) 만난 그는 다소 여유로워 보였다. “영화를 공개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반응을 보니 가족영화로서 많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 불안감을 좀 내려놨다. 개봉하면 신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을 통틀어 코미디도 액션도 이번이 처음인데.

=휴머니티를 다룬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평소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액션이었다. 끝내주는 액션영화를 연출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오케이 마담> 시나리오를 만났다. 사실 액션보다 고민이 컸던 건 코미디였다. 코미디를 만들 수 있을까, 배우들로부터 원하는 연기를 잘 끌어낼 수 있을까. 해보지 않은 장르라 두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연출을 맡기로 한 이유가 뭔가.

=살면서 겪는 편견을 비트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여자니까, 남자니까, 중학생이니까, 영화감독이니까. 이야기의 구조는 되게 심플하지만 심플한 만큼 캐릭터를 활용하고, 편견을 비틀어 극에 반전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30대 여성이 강제로 감금된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인 <날, 보러와요>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엄정화 배우에게 주문한 건 미영이 진짜처럼 보였으면 한다는 거였다. 꽈배기를 만들어 파는 모습도, 남편 석환에게 하는 행동도 진짜 장사하는 사람이자 아내의 모습이었다. 석환을 연기한 박성웅 배우도 점잔을 뺀 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내 앞에서 애교를 부리거나 벌벌 떠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엄정화 배우가 꽈배기 장사를 하는 설정이 신선했다.

=꽈배기가 영화에선 상징적인 장치다. 인생에 비유하면 꽈배기의 모양이 꼬여 있지 않나. 돌돌 꼬여 풀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풀리지 않나.

-<결혼은, 미친짓이다>(2002), <싱글즈>(2003) 등 여러 영화에서 독립적인 삶을 꿈꾸던 젊은 여성상을 보여줬던 엄정화가 남편, 딸과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엄정화 배우가 시나리오를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나 <싱글즈>가 당시 젊은 세대의 삶과 사랑을 반영했듯이, <오케이 마담>이 각박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현대 가족을 위로하고 여러 현실적 문제를 봉합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본 내 또래들이 가슴 뭉클했다는 얘기를 해주었는데 이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는 오프닝 크레딧이 뜨기 전까지 미영과 석환 부부의 가정생활을 꽤 공들여 보여주되, 인물의 전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 서사 전개속도가 빠르더라.

=이야기 초반부터 미영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설명을 대사나 다른 영화적 장치를 통해 보여주면 이야기가 지루해지니까.

-부부가 하와이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 영화는 비행기영화로 전환된다. 비행기는 일반인에게 친숙한 동시에 낯선 공간이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리얼리티를 충실히 구현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전체 러닝타임에서 비행기라는 공간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까닭에 이 공간이 가짜처럼 보이면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았고, 관객 또한 공감하기 힘들 것 같았다. 프로듀서에게 하와이 촬영을 포기하는 대신 진짜 비행기에서 찍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미영, 석환 부부나 비행기를 납치하는 철승(이상윤) 일당뿐 아니라 영화감독(임현성), 여배우(이선빈), 시어머니와 며느리, 국회의원(김병옥) 등 다양한 인물들이 때로는 주인공을 방해하기도, 또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비행기 승객을 관습적으로 묘사할지 아니면 독특한 캐릭터로 설정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활용해 살짝 비틀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캐스팅할 때 고민을 많이 한 것도 그래서다. 우리 영화에 관심이 많은 배우가 있다면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과정을 거쳤다. 국회의원을 연기한 김병옥 배우를 만난 것도 무척 좋았다. 이들의 분량이 영화에 다 들어가지 못했지만 긴 시간 편집하면서 캐릭터를 균형 있게 묘사할 수 있었다.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애크러배틱한 액션은 성룡을 포함한 홍콩 액션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그럼에도 핸드헬드로 찍은 숏이 하나도 없어 인상적이었다.

=스탭들과 함께 <오복성>(1983), <쾌찬차>(1984),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를 보았는데 처음에 감독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아해했을 것 같다. 카메라가 기상천외한 앵글로 화려한 액션을 담아내기 보다는 고정된 채 액션의 합을 정확하게 찍기를 원했다. 핸드헬드를 쓰지 말자는 원칙을 정한 것도 그래서다. 최봉록 무술감독이 전문가들이 구사하는 액션을 배우들이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주었고, 그래서 주부로서 미영의 생활과 관련된 도구를 무기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음료수 캔, 스카프, 돌돌 만 기내안내지 같은 도구들을 적재적소에서 무기로 활용했다.

-유혈이 낭자하고 감정이 과장된 액션은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현장에서 특수분장팀이 항상 “감독님, 피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웃음) 이 영화 속 액션은 짠내가 나고 맞으면 아픈 정도다. 잔인함을 전시해 과장된 감정을 끌어내고 싶진 않았다. 그건 우리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모든 걸 내던졌다는 뜻이다. <날, 보러와요> 때까지만 해도 다음 영화를 생각하며 연출해왔다. 다 쏟아부으면 바닥이 드러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부터는 다 쏟아붓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나이 먹으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힘 조절도 할 수 있게 됐고. 창창한 미래보다는 인생의 끝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영 화는 디지털 프린트(DCP)가 나오는 날까지 수정을 거듭했을 만큼 나로선 여한이 없다. 나뿐만 아니라 엄정화 배우 또한 이 영화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것 같다. 그의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진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이 극장을 예전처럼 쉽게 찾기 힘들지만 <오케이 마담>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자부하니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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