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여름날' 오정석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이자 첫 장편작
2020-08-18
글 : 박정원 (영화평론가)

어느 여름, 승희(김유라)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잠시 접고 돌아가신 엄마의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온다. 엄마의 흔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는 거제에서 승희는 할머니(이연금), 삼촌(김진홍), 친구다은(이현지) 등을 만난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무엇에도 마음을 둘 수 없는 승희는 때로 사람들과 밥을 먹고 대화도 나누지만 좀처럼 편하게 어울리지 못한다. 특별한 사건이나 색다른 일 없이 승희는 고요하고 적막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홀로 낚시를 하고 할머니의 밭일을 돕고 편의점에 간다. 어느 날 승희는 낚시 중에 우연히 거제 청년(김록경)을 알게 되고 이후 몇 차례 만남을 가진다. 승희와 거제 청년은 옛 왕이 유배된 동안 기거했던 폐왕성을 방문하기도 한다. 뚜렷한 계획 없이, 분명한 목적 없이 승희의 여름날이 그렇게 흘러간다.

오정석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 작품이자 첫 장편 연출작인 <여름날>은 ‘유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주인공 승희가 거제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의 풍경을 담아낸다. 영화는 구체적인 사연 설명이나 감정 묘사를 덜어낸 대신 거리를 둔 롱테이크로 승희를 비춤으로써 그의 내적 고독과 혼란을 포착한다. 영화 속엔 이따금 소란스러운 대화가 등장하는데, 대화의 활기보다는 그 대화의 앞과 뒤,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침묵에 더 무게를 둔다.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는 비슷한 감정을 겪었거나 겪고 있을 이들의 마음을 뭉근하게 위로할 듯하다.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과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 ‘창’ 섹션에 초청되었고, 제24회 인디포럼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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