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부부인 수연(이지연)과 세혁(김영재). 둘 사이엔 많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 오랫동안 2세를 가지는 데 성공하지 못한 둘에겐, 이제 관계의 변화를 가져다줄 선택지마저도 고갈된 상태다. 부상으로 무용수의 꿈을 접게 된 수연은 세혁의 직장 때문에 따라 내려온 부산에도 크게 정을 붙이지 못한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장애인 교육센터에서 무용 치료 봉사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휠체어를 탄 준희(하준)를 만난다. 준희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수연은 준희와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그러던 어느 날 센터로부터 자선 공연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준희와의 공연을 준비한다.
김민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리메인>은 남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무언가 하나씩 마비된 상태의 사람들인데, 영화는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보다는 새 삶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한다. 멜로드라마처럼 진행되지만, 인물들의 선택의 원인이나 감정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 지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원하는 것에 솔직하고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게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 클라이맥스 부분에 나오는 수연과 준희의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합동 무용이라는 점에서 난도 높은 장면이었으나 그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상영작.